인생이라는 작품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하곤 한다.
긴 레이스를 묵묵히 달려 목표점에 도달하는 마라톤.
삶을 하나의 퍼즐 작품으로 본다면 어떨까?
이 또한 많이 닮아 있다.
먼저 삶은 기초를 다진다. 나의 정체성과 추구하는 가치가 없이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기 어렵다. 잘 다듬어진 기초 위에 삶의 단편들이 수놓아져 작품이 되어간다.
가장 소중한 것은 가장 가까이에 있다. 대부분이 생각하는 가족뿐만 아니라 가정, 직장, 동네, 이웃들도 늘 나와 함께하는 가까운 것이기에 소중하다. 가까이 있는 것에 집중이야 말로, 먼 것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한다.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순간이 없다. 뒤돌아 보면 모든 순간이 모난 나를 다듬었다. 아직도 매끈하진 않지만 쥐어도 상처 나지 않는 돌멩이로 만들어 주었다. 잊고 싶은 것과 인정해야 하는 것이 있다. 후회되는 순간 또한 삶의 하나의 단편이었고, 곧 작품의 일부가 되었다. 잊기는 할 수 있어도 절대 잃어서는 안 되는 것이 삶의 순간이다.
힘든 순간에는 잠시 쉬어간다. 아찔할 정도로 어려울 때는 다른 것부터 하면 되었다. 삶은 시간, 관계, 기억 등 사방을 관통하는 거라 정해진 방향은 없다. 언제나 앞을 보며 탄력 있게 나아갈 수 없기에, 한 곳에 매몰되기보다는 뒤로 물러서기도, 옆으로 가 보기도 하며 살아가는 것. 조금은 돌아가거나 잘못 갈 수도, 다시 돌아오는 데 오래 걸릴 수도 있는 것.
살아가는 것에 포기는 없다. 누구나 다른 시간으로 삶이라는 작품을 완성해 간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모나리자를 15년이 넘는 기간을 수정하며 완성하였고, 1882년 시작된 스페인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공사는 아직 진행 중이다. 이런 것들보다 더 소중한, 한 사람의 삶이라는 작품에 시간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아들이 방학을 보내면서 자의와 타의 반반으로 디지털 디톡스를 시작했다. 거대한 소거발작이 있을 거라 예상하며 마음과 물질의 준비를 단단히 해두었지만 다행히 큰 고비 없이 잘 지내고 있다.
무엇보다 새로운 취미 활동을 찾는 것이 급선무. 우연한 계기로 직소 퍼즐에 재미를 붙여서 열심히 하고 있다. 무언가에 집중하는 모습이 대견해야 하는데, 몇 시간이고 내게 자유 시간을 선사하는 퍼즐이 무척 고맙다. 시간이 생기니 운동과 독서를 마음껏 할 수 있어 더욱 좋다. 외동의 한계는 곧 끝나고 부모와 놀아주지 않아 섭섭한 때가 곧 온다고 선배 부모들이 말씀하지만, 제발 그날이 빨리 왔으면. 확실히 오겠지?! 10년 적금을 기다리는, 앞이 보이지는 않지만 기대를 갖는 그런 느낌이다.
아이가 하는 직소 퍼즐을 보니 나도 하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 마침 지난여름, 일본 가족이 우리 집에 홈스테이를 하며 선물로 주고 간 일본 그림 직소 퍼즐(300피스)이 있어 시작했다.
직소 퍼즐은,
- 가장 모서리 조각들을 먼저 세워두고 테두리부터 완성한다. 그 후 안쪽을 채워나간다. 중심이 되는 그림을 먼저 맞추는 것이 아니라 기초부터 순서대로 맞춰야 쉽고 정확하다.
- 퍼즐에서 하나의 조각에게 의미 있는 다른 조각은 위아래 양 옆에 붙게 될 조각이다. 붙어있는 조각을 연결하며 작품을 완성해 간다. 멀리의 조각은 지금 순간에 큰 의미가 없다. 가까운 것에 집중해야 한다.
- 퍼즐 조각은 모든 조각이 제 위치에 자리할 때 작품이 완성된다. 하나라도 잃어버린다면 작품은 완성될 수 없다. 그림이 포함되지 않은 단색의 배경 조각이라도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잃어버리지 않게 소중히 관리하며 퍼즐을 이어가야 한다.
- 한 방향으로 퍼즐을 맞추다 보면, 어느 순간 막힘이 생기고 해당 위치의 조각을 찾기 힘든 때가 찾아온다. 그러면 다른 쪽 빈 공간을 채우며 이어나간다. 조각을 들고 이쪽저쪽 맞춰보는 시도를 무수히 하게 된다.
- 조각이 많은 퍼즐이라면 단 시간에 완성하는 것이 어렵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고정된 자세로 인해 몸에 통증이 시작되고, 재미로 했던 활동이 스트레스가 되기 시작한다. 과감하게 손을 놓고 잠시 쉬어야 할 때다. 얼마나 빨리 완성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포기하지 않고 완성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직소 퍼즐을 맞추며 문뜩 인생의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참 많이 닮아있었다.
지난날과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 가까운 것에 대한 감사, 속도보다는 방향, 포기하지 않는 것이 주는 아름다움.
속세와의 연락을 끊고 하루 세 번의 기도를 19년간 이어오신 광주 무각사 청학 스님께서 최근 5000일의 기도 대장정을 마치고 하신 인터뷰에서 "딱히 가보고 싶은 곳도, 만나고 싶은 사람도 없다. 지금 이 순간과 이 자리가 가장 소중하고, 오직 한 걸음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는다"라고 말씀하셨다.
나의 지금은 눈에 띄는 것은 없는 일상이지만,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는 글을 쓰고 싶은 소망에 다가가는 지금의 이 한 걸음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일요일 오후, 스타벅스에서 따뜻한 라테를 마시며 글을 쓰는 지금 여기가 참 소중하고 감사하다.
*제목 사진 출처: chat gpt - 우리 가족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