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두려움

새로운 시작

by 하이브라운

최근 읽은 책 중 기억에 남는 하나를 꼽으라면 마이클 이스터의 '가짜 결핍'이다.

자동화된 의식 구조와 치밀하게 설계된 외부 환경에 의해 끊임없이 결핍을 느끼면 욕구를 충족하고, 그 모든 것이 쳇바퀴 돌 듯 반복한다는 내용에 공감과 반성이 컸다.

만족을 모르는 지금 우리에게 어쩌면 결핍은 진짜 결핍이 아니라 욕심, 불안일지 모른다.

결핍에도 가짜가 있듯, 삶의 순간순간에 불쑥 튀어나오는 두려움 또한 어쩌면 가짜가 많지 않을까?


길지 않게 느껴졌지만, 길었던 방학을 끝내고 새 학기를 준비하는 기간을 가졌다.

어떤 학년과 반을 맡게 될지, 어떤 아이들이 배치될지, 어떤 부서의 업무를 하게 될지, 가까이서 일하는 동료가 누가 될지는 교직 생활 17년 차인 내게도 긴장되는 부분이다.

2년간의 보직교사 생활을 마치고 담임을 맡게 되어 더욱 그러하다.


고등학교 1학년의 개구쟁이들 가득한 반을 맡게 되었다.

학생 특성과 관련된 인수인계는 특수학교에서 매우 중요하다. 학생 안전과 관련된 부분은 꼭 인지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전년도 담임과 주변 교사들이 제공하는 정보가 넘친다. 대부분 위험하거나 조심해야 하는 것들. 7명의 정보가 빠른 시간에 쌓이고 쌓이니 어느새 걱정과 두려움이 밀려온다. 아직 아이들을 본 적도 없고, 시작도 안 했는데 말이다.

경험이 소중한 것은 이러한 것들에 덜 영향을 받게 한다. 지난날 나와 함께한 100여 명 학생들의 소중한 기억은 '괜찮을 거예요', '저 잘했잖아요' 멀리서 위로하는 듯하다. 다양한 변수로 실제 학생들의 생활은 더 나을 수도, 더 어려울 수도 있다. 함께 지내며 조정하고 발전해 나가는 것이 교실이고 학교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프로야구 최초로 500홈런을 쳤던 최정 선수의 최근 인터뷰가 마음을 울린다. "첫 실전인데 공을 맞힐 수 있을지 궁금해요." 20년을 넘는 시간 프로 무대를 누볐는데도 여전히 긴장을 하는 모습이다.

기사를 접하며 시작 전 설렘과 불안은 언제, 어디서나 있는 것이고 어쩌면 건강한 심리 상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조금 더 잘하고 싶은,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 소망. 시즌이 시작되면 성적이 좋을 수도 좋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도 알 수 없고, 좋지 못하다면 폼을 조금씩 교정하며 변화를 주고, 나아지면 되는 것이다. 시작하기 전에는 아무것도 모른다.



어차피 어차피

3월은 오는구나

오고야 마는구나

2월을 이기고

추위와 가난한 마음을 이기고

넓은 마음이 들어오는구나

(나태주 시인의 '3월' 중에서)


교직에 몸 담으셨던 나태주 시인이 바라봤던 3월은 희망차다.

고대 로마는 3월이 1년의 첫 시작이었다고 하니,

넓고 담대한 마음으로 2026년, 힘차게 시작하려 한다.

브런치 생활을 하며 향상된 글쓰기 실력으로 가정통신문을 멋들어지게 써야겠다. 독자가 7명인 게 아쉽지만.



* 새롭게 시작하는 메뉴인 “에어로카노”처럼

부드럽고 달콤한 시작이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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