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인연
모든 사물의 현상은 시기가 되어야 일어난다
브런치를 시작한 지 1년이 되지 않았지만 장점이 참 많은 것 같다.
글쓰기 자체도 좋지만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 읽기, 생각하기를 반복하게 된다.
더하여 좋은 점 하나는 수많은 사람들의 글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길어도 5분 안에 읽을 수 있는 글들이 수없이 쏟아져 나온다.
다양한 사람들의 경험과, 현재의 삶, 생각들, 고민들, 기쁨들을 읽으면서 사람에 대한 이해가 더욱 높아지는 느낌이다. 내가 가진 관계에서는 얻을 수 없는 값진 것들.
내용이 좋아서, 마음 씀이 좋아서, 표현 방법이 예뻐서, 역경을 이겨내시길 응원하고 싶어서 '라이킷'을 자주 누른다.
많은 글들을 읽어보니 자주 등장하는 주제들이 있었다.
그중 하나가 '시절인연'이었다.
현상이든 만남이든 "모든 것은 때가 있다"라는 의미 같다.
주로 20~30대 작가님들의 시절인연에 대한 글을 보고 여러 생각이 들었다.
만남과 인연에 대한 기대,
멀어지는 관계에 대해 아쉬워하면서도 애써 당당함,
하나의 의미로 묶음으로써 자유를 찾고자 함 등.
나의 젊은 시절 생각과 참 닮아서 공감이 크게 되었다.
예전 글에도 작성했지만 30대 중반이 되었을 때, 인생의 큰 폭풍이 휘몰아쳤었다.
모든 사회적 관계가 재정립된 시기이기도 했다.
그때 깨달은 것을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나의 이익에 관련 있는 관계에 관심을 가졌었고, 그것을 맺고자 한다'였다.
이 사람을 가까이하면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이득이 있을 것 같은.
소수의 사람으로 일반화시키고 싶지는 않지만 나를 대하는 상대들의 관계도 마찬가지였다.
사회적 위치나 재정적 상황이 바닥이 되니 자연스레 연락과 만남이 줄어들게 되었다.
(나 스스로 연락이나 만남을 하지 않았던 부분도 컸다.)
하지만 5년이 넘었던 이러한 폭풍의 기간에, 반응도 없던 내게 끊임없이 응원과 연락을 주었던 소중한 몇 명의 지인들. 이제는 내가 평생 섬겨야 할 관계들. 이것은 시절인연을 넘어서는 것인가?
'인간'이라는 한자 자체가 사람과의 관계를 뜻하는 것을 보면,
사람은 평생을 누군가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 스쳐 지나가는 관계도 있을 것이다. 순간이 행복했다면 잊혀가도 미련은 없다.
- 여운이 남는 관계도 있을 것이다. 내가 그에게, 그가 나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생각한다.
- 평생 함께할 관계도 있을 것이다. 내가 맨몸으로, 바닥으로 던져졌을 때 함께 있을 사람이다.나 또한 그 사람만 본다.
나이가 들수록 많은 관계가 굳이 필요 없음을 느낀다. 그럴만한 여력도 되지 않는다.
가족과 현재 나의 위치(직장)에서 맺어진 관계에 최선을 다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언제고 직장에서 계속이어질 관계가 맺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신경 쓰지 말자.
내가 할 일은 관계에 연연하지 않고 그저 사람들과 사이좋고 즐겁게 지내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