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터렐: 엣 원 @ 가고시안 갤러리 - (1)

James Turrell At One @ Gogasian

작가: 제임스 터렐 James Turrell

전시 제목: At One

장소: 가고시안 갤러리 (르 부르제) Gagosian Le Bourget (26 avenue de l'Europe, 93350 Le Bourget)

전시 기간: 2024년 10월 14일 - 2025년 여름


제임스 터렐의 이번 전시에 대해 작년부터 추천을 여러 번 받았었는데, 5월 말이 되어서야 가보게 되었다.

사실 이미 그의 작품을 몇 번 본 터라, 차를 타고 30분가량 외곽까지 나가야 보는 수고를 미뤄두고 있었던 것도 있다.


내가 처음 본 그의 작품은 영국 요크셔 조각 공원(Yorkshire Sculpture Park)에서였다. 양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는 평화로운 공원 속, 잘 눈에 띄지 않는 18세기 사슴 쉼터를 개조한 ‘스카이스페이스(Skyspace, 2006)’는 사진으로만 그의 작업을 접하던 당시의 내게는 다소 싱겁게 느껴졌었다.

Skyspace(2006) - James Turrell ©James Turrell photo: Jonty Wilde


두 번째는 바르셀로나의 Deuce Coop(1992)이었는데, 알고 찾아간 것도 아니고 우연히 길을 걷다가 발견했다. 그 자리에 서서 오래 감상할 수는 없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큰 인상을 받지는 못했다.

Deuce Coop ©Marta Risco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한때 그의 로든 크레이터(Roden Crater)라는 작품에 한때 깊이 매료되었었기 때문에, 유럽 내 25년 만의 최대 규모라는 이번 전시를 보러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전시가 열린 가고시안 갤러리 르 부르제(Le Bourget)는 1차 대전 이후 군용 비행장이 들어선 도시로, 오를리나 샤를드골 공항 이전에는 파리의 공항 역할을 하던 곳이다. 현재는 비행우주 박물관과 프라이빗 비행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2012년 이 지역 산업시설 한가운데에 갤러리가 문을 열었을 때는 의외의 선택처럼 보였던 것 같다. 하지만 프라이빗 비행장 옆이라는 점을 고려한 전략적 입지였다는 당시 기사도 있었고, 그랑 파리가 훨씬 진척된 지금 생각해 보면, 가고시안은 선구자적 시각을 지녔던 게 분명하다.


Gagosian Le Bourget


비행기 엔지니어의 아들로 태어난 터렐 자신도 파일럿이었다. 16세에 비행기 조종사 자격증을 땄으며, 로든 크레이터의 장소 물색을 위해서도 몇 달간 직접 비행을 했다고 한다.




이른 점심을 먹고 갤러리에 도착하니 이미 관람객들이 조금 있었다.

살짝 피곤하기도 해서 사람이 적어 보이는 2층으로 먼저 올라가서 앉았다.

이 층에는 글래스워크 Glassworks 시리즈가 전시되어 있었다.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직접 찍지는 못했다.)

That Known (2024) - James Turrell, Gagosian Le Bourget. ©James Turrell. Film: Pushpin films


빛의 색깔과 조합이 어떤 알고리즘에 따라 계속 새롭게 생성되는 듯했는데, 전시가 끝나고 찾아보니 1시간 로테이션이라 느끼지 못했던 것이었다.

빛의 움직임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니, 나도 알지 못했던 내 안의 기억 같은 것들이 소환되었다.



엄마 뱃속에서 갓 나와 눈을 뜨지 못한 아기의 눈으로 보는 세상

먼 우주의 별의 탄생

수만 년간 형성된 어떤 광물의 단면

현미경을 통해 보는 심해 생물의 세포의 움직임

....


직접 경험해 보지는 못했지만 왠지 내 기억 속에 존재하는 것 같은 이야기들이 작품과 그 작품을 보는 나 사이에서 펼쳐졌다. 짧은 시간 동안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여행을 한 기분이었다.



예전에는 터렐의 야시시한(?) 색깔을 "자연"스럽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예전에 바르셀로나에서 봤을 때는 루프탑 바에 있을 법한 장식용 조명 같아서 (죄송합니다, 터렐 선생님) 솔직히 설득되지 않았었다.

한참 후 다시 생각해 보니, 오히려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우주, 화산, 광물, 동식물 같은 자연물 속에서 관찰할 수 있는 색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어릴 적 안과에서 받았던 적외선 치료처럼, 끊임없이 내 눈으로 들어오는 "자연"의 빛을 통해 어딘가 치유받는 느낌이었다.




(2) 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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