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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신익 Feb 09. 2017

[영화 리뷰] - <너브>

메시지가 평범하다고 연출과 플롯마저 평범해질 필요는...

  2010년 이후로 SNS가 급격하게 발달하고 유행을 타기 시작했다. 그러나 유행이 등장하면 일종의 변이도 함께 등장하는 법. SNS의 발달은 일종의 병폐를 만들기 시작했고 그 일부는 관심을 끌기 위해 과도하게 이상한 행동들을 하는 것들이었다. 한국에서도 페이스북이나 아프리카 티비 등의 일부 사용자들이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으며 외국에서도 공사중인 건물 옥상 혹은 건설 크레인에 안전장비 없이 올라가는 등의 기행을 SNS에 올리는 유저들이 있었다. SNS의 유행에 따라 SNS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나오기는 했지만 이런 기행이 소재로 다뤄진 적은 없었다. <너브>는 이런 기행을 본격적으로 다루는 영화다. 당연히 이런 기행에 대한 경고로 영화가 마무리될 것이 분명하기에 영화의 메시지는 평범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영화의 연출이나 이야기 자체가 평범해져선 안된다는 점을 느끼게 해준 작품이었다.

  영화는 참신한 소재들을 아주 영리하게 활용한다. 평범한 분위기의 영화에 기행들을 자연스럽게 극 안으로 끌어들인다. 그 기행들이 펼쳐지는 구조도 잘 잡혀있어 펼쳐지는 기행을 보고있는 게 전혀 어색하지가 않으며 기행의 강도에 따라 변해가는 주인공의 모습까지도 자연스럽게 표현된다. 또한 이러한 내용 자체가 스크린으로 살아 숨쉬면 신기하지만 SNS 유저들에게는 충분히 공감이 갈만하고 문제의식을 환기할만한 내용이라는 점이다. 기행 자체가 주는 오락적인 재미와 내용이 갖는 무게감이 적절하게 공존하는, 역할에 아주 충실한 오락영화다.

  그러나 영화의 주제를 어떻게 표현할까에 대해서는 더 과감해져도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영화의 메시지는 사실상 영화가 시작한 순간부터 유추할 수도 있다. 보기엔 재미있지만 이 기행 자체가 엄청난 위험을 내포하고 있고 이것이 잘못되었다는 것. 지극히 평범한 메시지를 향해 가고 있는 영화지만 그렇다고 영화의 플롯이나 표현까지 평범하게 가져갈 필요는 없었다. 우선 직접적인 해피 엔딩으로 가져가려는 티가 중반부터 난다. 플롯이 평범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본격적인 문제는 이 플롯을 풀어내는 방식에서 나온다. 사건 해결을 위해 억지로 캐릭터를 별 다른 설명 없이 큰 변화를 준다든가, 기존에 중요하지 않았던 캐릭터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든가. 반전 자체도 튼튼한 기반 없이 등장해 반전이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반전에 불과했다. 메시지도 직접적으로 다 말을 해버린다. 특별했던 영화가 점점 특별함을 잃어가더니 가장 중요한 결말 부에선 그냥 평범한 영화가 되어버린다.

  본인들이 특별한 소재를 선택해 특별한 이야기를 만들었다. 그런데 영화의 가장 큰 무기인 그것들을 가장 중요한 순간 버릴 필요가 있었을까. 차라리 더 광기에 휩싸인 공포로 메시지를 전달했으면 어떨까. 혹은 더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아가거나 반전을 위한다면 플롯을 더 튼튼하게 구성했으면 어땠을까. 영화 자체가 워낙 독특하고 중반까지 이끌어가는 에너지가 출중한 만큼 어떻게 풀어도 좋은 결말을 가질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다보니 지금의 평범한 이 영화가 너무 아쉽다. 굳이 이렇게 마무리를 했어야 했을까. 더 과감하게 나아갔으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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