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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신익 Feb 10. 2017

[영화 리뷰] - <여교사>

단 한 발짝만 물러섰다면

  비록 군대에 있을 때라 관람하지는 못했지만 김태용 감독은 <거인>으로 분명 멋지게 데뷔했다.(사실 각종 스토어에 다 올라와 있는데 여태껏 안 본 내가 잘못...) 차기작에 대한 기대를 당연히 받고 있던 터. 이번엔 조금 더 과감한 소재를 들고 왔다. 학교에서 대다수를 이루지만 절대 강자라고 할 수는 없는 위치, 그러나 어엿한 성인이라는 점에서 보호를 장담 받을 수 없고 책임에 무게가 따르는 위치에 있는 여교사를 다룬다. 당장 집 앞 학교만 가도 볼 수 있는 흔한 대상이지만 김태용 감독은 이를 파고들어 치밀한 캐릭터와 심리를 만들어냈다. 영화의 마지막, 한 발짝 더 나아가기 전까지는.

  영화는 굉장히 안정적인 구조를 바탕으로 인물의 심리를 파고든다. 효주[김하늘 분]와 혜영[유인영 분], 그 중심에 서 있는 재하[이원근 분]이 마치 시소와 같은 기점을 이뤄 양 인물의 처지가 교차한다. 효주를 향한 혜영의 동경에서 효주가 주도권을 갖고 있다 재하라는 인물에 대한 질투로 그 주도권이 혜영에게 넘어가버린다. 이 과정에서 움직이게 되는 효주와 혜영에 대한 치밀한 심리 묘사가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다. 넘을 수 없는 선을 넘나드는만큼 그 자체로도 긴장감이 뛰어나면서도 근거 있는 선택들로 가득 채운다. 게다가 각 캐릭터를 맡은 배우들의 연기 역시 굉장히 뛰어나 보는 재미를 더한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의 마지막 선택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영화 후반까지 나온 가장 큰 물리적인 행동은 그래봤자 무릎을 꿇는 것이었다. 굉장히 정적이고 앞과 뒤가 다른 듯한 긴장감을 선사하는 영화였는데 굳이 막판에 표현을 그렇게 강하게 나아갔는지는 의문이다. 섬세하게 쌓아올린 캐릭터와 그로 인해 유지될 수 있었던 비상식적이고 도발적인 영화 속 이야기의 당위성이 마지막 하나의 사건으로 모두 무너져버리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도 뻔뻔하게 맞이하는 마무리는 괜찮았지만 하나의 사건이 영화의 모든 흐름을 무너뜨린 것 같아서 아쉽다.

  마지막 사건만 뺀다면 분명 정말 잘 만든 영화이고 김태용 감독의 전작 <거인>이 궁금해지게 만드는 작품이다. 그 만큼 김태용 감독은 섬세하게 영화를 쌓아올렸다. 하지만 이를 무너뜨리는 과정에서 너무 성급한 건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들어 굉장한 걸작이라고는 말을 하지 못할 것 같다. 만약 거기서 한 발짝만 머물렀다면, 영화 내내 보여진 정적인 긴장감은 아니더라도 이렇게 극단적인 선택만은 피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영화가 끝난 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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