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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신익 Jun 07. 2017

[리뷰] - <캐리비안의 해적: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고어 버빈스키가 대단한 이유를 다시 느낀다.

  놀이기구의 테마에서 시작한 시리즈가 이만한 티켓파워를 가진 블록버스터가 될 줄은 누구도 몰랐을 것이다. 본고향인 북미에서는 물론이요 전세계를 휩쓸며 수많은 매니아층을 거느린 시리즈, <캐리비안의 해적>이다. 고어 버빈스키가 메가폰을 잡았던 초창기 3부작 이후 미련을 버리지 못한 디즈니는 4편 <낯선 조류>를 만들고 이후 또다른 신작, <죽은 자는 말이 없다>를 냈다. 하지만 지금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는 이전과 같지 않다.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3부작 이후 4편은 박스오피스 성적에서는 만족스러울지 몰라도 결과물 자체는 실망스럽다는 의견을 비친 사람들이 많았다. 4편 이후 6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절치부심하여 돌아왔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으나 결과는 4편보다 조금 나아진 정도. 초기 3부작을 재미있게, 정말 재미있게 만들어낸 고어 버빈스키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다시금 느끼게 하는 작품이었다.

  여전히 <캐리비안의 해적> 특유의 센스 있는 장면들이 꽤 있다. 초반의 은행 강도 시퀀스는 잭 스패로우[조니 뎁 분]스러운 등장과 함께 재치있는 액션의 진행으로 시퀀스를 이어간다. 또한 큰 사건(은행 강도)안에 캐릭터들을 살려내려는 노력(헨리[브랜든 스웨이츠 분]와 카리나[카야 스코델라리오 분])이 들어있었다. 잭 스패로우의 처형 씬도 마찬가지. 그리고 중반부, 블랙 펄과 살라자르[하비에르 바르뎀 분]의 배가 벌이는 해상전은 이 시리즈가 줄 수 있는 오락적 재미를 아주 잘 전달하고 있다. 전투 내내 물이 튀고 서로가 뒤엉켜 싸우는, 난잡하면서도 유쾌한 느낌을 잘 전달하며 그리고 양쪽 배를 오가며 벌이는 잭 스패로우와 살라자르의 전투는 재치있으면서 시원한 쾌감을 잘 담아낸다. 이러한 장점은 확실히 '내가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를 보고 있구나'하는 느낌이 들게 하며 시리즈의 팬으로서 좋은 기분을 가지게 한다.

  하지만 장점은 위에 서술한 내용에서 그친다. 대다수는 시리즈의 팬으로서 아쉬운 부분만이 눈에 들어올 뿐이었다. 먼저 과도하게 많은 이야기를 집어 넣으려고 했다. 앞서 말했듯 시리즈가 놀이기구 테마를 모티프로 삼다 보니 이미 설계되어있는 튼튼한 세계관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초기 3부작은 간단한 핵심 몇 개로 꽤나 넓은 세계관을 잘 아우르는 편이었다. 그러나 이번 작품에서 다루는 이야기는 욕심이 과도하게 들어가있는 편이었다. 첫 번째는 오리지널 캐릭터들과의 연계다. 새로운 캐릭터는 새로운 캐릭터대로 새로운 느낌을 주면 되는데 이를 어떻게든 오리지널 캐릭터와 엮으려는 시도가 과도하게 들어간다. 메인 캐릭터로 나오는 잭 스페로우, 헨리, 카리나 셋 모두가 그러하며 특히 바르보사[제프리 러쉬 분]는 원래 갖고있던 매력을 파괴당하면서까지 새로운 캐릭터와 엮이는 캐릭터가 된다.

  두 번째는 새로 투입된 캐릭터다. 윌 터너[올랜도 블룸 분]와 엘리자베스 스완[키이라 나이틀리 분]의 역할을 투입하고 싶었던 제작진의 마음이야 잘 알겠지만, 헨리와 카리나는 전작 속 두 캐릭터의 하위호환이라고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다. 새로운 부분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데 그렇다고 오리지널 캐릭터들이 보여준 캐릭터의 정통성도 약하다.(그도 그럴 것이 그들은 '오리지널' 캐릭터가 아니니까.) 마지막은 마무리 액션이다. <세상의 끝에서>가 3시간에 가까운 러닝타임으로 지지부진한 전개로 아쉬움을 산 바 있으나 최소한 오락적인 재미를 주는 시퀀스에서는 그 역할을 제대로 다했고 특히 마지막 액션 시퀀스는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화려한 장관을 일궈냈다. 이번 작품은 비록 센스있는 몇몇 장면들은 있었지만 절대로 시원한 한 방을 내질렀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기발한 상황을 설정해낸 것은 칭찬할만하나(우측하단에 있는 스틸컷 참고) 이를 100% 활용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혹자는 3편과의 비교가 불공평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당장 1편, 2편과 비교를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 두 영화가 마무리 액션에서 어떤 모습을 보였는지. 이를 상상해본다면 이 영화가 갖는 오락적인 여운과 흥분감이 상당히 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을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꾸준하게 봐온 시리즈고 그 설렘이 남아있는 시리즈라, 마무리가 된 줄 알았던 시리즈가 진행된다는 사실만으로도 분명 기분 좋은 면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돈이 되기 때문에 만드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리즈에 대한 아쉬움이 커져만 가고 있다. 최소한 4편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이번 작품은 정말 제대로 공을 들여서 돌아올 줄 알았기에 실망감이 더 컸던 것도 없지는 않다. 그래도 이 시리즈의 속편을 기다릴 것이며 더 나은 작품으로 돌아와 시리즈의 팬들을 멋지게 만족시킬 작품을 만들어줬으면 바람을 가진다.

p.s. 이 영화의 쿠키 영상은 지금까지 있던 모든 영화의 모든 쿠키 영상들 중 최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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