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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신익 Jun 07. 2017

[영화 리뷰] - <킹 아서: 제왕의 검>

단편적인 에피소드였다면 훨씬 더 빛났을 것 같은

  가이 리치 감독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은 화려한 비주얼의 향연일 것이다. 스타일리쉬한 비주얼리스트로서 가이 리치는 나름대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낸 감독이며 그 영역은 블록버스터에서도 유효하다는 것을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주연의 <셜록 홈즈> 시리즈를 통해 증명했다. 그러나 지금의 가이 리치 감독이 걷고 있는 길은 내리막이다. <셜록 홈즈: 그림자 게임>이후 이 영화, <킹 아서: 제왕의 검>까지 두 작품을 연출했는데, 두 작품의 성적이 모두 썩 좋지는 않다. 나머지 한 작품인 <맨 프롬 UNCLE>은 관람하지 않아 코멘트 하기가 어렵겠지만 적어도 이 영화는 조금 급했던 작품이 아닌가 싶다. 비주얼리스트로서 가이 리치 감독이 가진 장점을 원없이 느낄 수 있는 작품임과 동시에 시각적인 현란함을 제외하면 영화에서 큰 장점이 느껴지지 않는다.

  분명 화려하고 멋있다. 그리고 단순한 멋을 넘어서 화면을 아주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시를 몇장면 들자면 초반부 아서[찰리 헌냄 분]의 성장을 요약하는 시퀀스와 아서와 그 일당이 바이킹들에게 저지른 일을 추궁하는 장면이 있다. 성장을 요약하는 시퀀스는 영화가 펼쳐지는 공간, 인물의 성격과 그 변화 과정을 아주 집약적으로 잘 보여준 장면이고 추궁 시퀀스는 흘려 넘어갈 수 있는 요소를 경쾌하고 재미있는 리듬으로 잘 살려냈다. 그 뿐만이 아니다. 마치 게임을 보는 듯한 화려한 액션은 여타의 영화들이 보여준 액션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주며 영화 곳곳에 스며들어있는 판타지적인 요소들이 더 역동적으로 표현됐다는 느낌이 든다.

  분명 시각적으로는 잘 연출된 작품이지만 장점이 거기서 그친다. 이야기를 이미지로 짧게 압축하고 액션도 화려하게 보여주는 등 시각적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은 최대한 해내지만 반대로 (연출적으로) 평이한 장면들은 힘이 과하게 빠지는 느낌이 든다. 이미지 중심의 장면들이 많은데다 그 장면들이 평이한 장면들이 해야 할 역할들(ex. 이야기 전개)을 완전히 대신하고 있어 더더욱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든다. 또한 영화는 비슷한 이미지의 사용이 과도하게 많다. 그렇다보니 후반에 가서는 화려한 이미지를 보고서도 생각보다 그리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전작에서 자신의 맘대로 하지 못한 어떤 한이 있었던걸까. 가이 리치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말도 안되는 수준의 시각적 향연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오히려 그곳에 과도하게 집착하여 다른 영화적인 요소들을 놓쳤고 그래서일까, 굉장히 신나고 재미있으면서도 그것에 쉽게 지치게 되는 아쉬움이 있었다. 차라리 긴 흐름의 서사가 아닌, 킹 아서의 전설을 끌어와 필연적으로 서사를 크게 가져가야 하는 형식이 아니라 조금 더 단편적인, 간결한 에피소드의 작품이었다면 이 영화가 훨씬 재미있고 신나는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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