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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신익 Jul 03. 2017

[영화 리뷰] -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단점을 모조리 끌어모은 영화

  어느덧 10년이 지났다. <트랜스포머>가 처음 나왔을 당시 호불호는 분명 있었지만 굉장히 사실적인 로봇과 그 변신에 관객들은 폭발적으로 반응했다. 국내에서도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이 갖고 있던 외화 최다 관객 동원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시리즈가 진행되면서 서서히 완성도에 대한 지적이 거세졌고 4편에 이르러서는 '의리로 봐준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퇴보한 영화를 내놓았다. 이러한 반응을 의식해서일까, 아니면 시리즈에 대해 지쳐서일까,(당연히 후자일 것인데, 마이클 베이는 2편 직후, 3편의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도 어느 정도의 피로감을 드러낸 적이 있다.) 마이클 베이는 올 해 개봉하는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를 통해 더 이상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연출하지 않는다고 했다.(물론 번복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그의 퇴장길은 정말 씁쓸하다 못해 참담한 지경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기술적으로는 한 번 더 진보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전작인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에서는 새로이 개발된 아이맥스 디지털 3D 카메라를 최초로 사용했고 이번 작품에서는 아이맥스 촬영분이 98%에 달했다. 하드웨어 상으로는 정말 놀랍다. 아이맥스 촬영분은 정말 깔끔하고 밝은 영상을 제공했으며 3D 화면의 입체감도 상당히 뛰어났다. 만약 이런 기술적인 요소들을 체험하러 간다면 아이맥스로 관람하는 것이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는 콘텐츠 그 자체다. 이전부터 논란이 되어왔던 완성도에 대한 불안감은 이 작품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고 그 문제는 역대 시리즈 중 가장 심각하지 않나 생각한다. 단적으로 말해, 현재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서 볼 수 있는 문제점들을 고스란히 끌어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빈약한 상황 설정과 전개는 물론이요 캐릭터라이징에 있어서도 충분히 관객들을 설득하지 못한다. 하물며 그 빈약한 캐릭터라이징의 대상이 신규 캐릭터 뿐만 아니라 가장 중요한 캐릭터인 옵티머스 프라임에게까지 보인다.(자신들의 행성을 버리고 지구를 선택한 모습이야 시리즈 3편에서부터 보인 모습인데 갑자기 자신들의 행성을 보고 절망하면 어쩌자는건지...) 거기에 강박적으로 유머를 집어 넣어 극의 흐름을 방해하는데다 그 유머가 재미있었나에 대해서도 확신이 들지 않는다. 이로 인해 상황은 굉장히 억지스러워지고 거기에 필요하지 않는 장면까지 들어가(당장 범블비의 과거 시퀀스는 왜 있었는지 의문...) 영화의 진행이 상당히 어색해진다. 다른 블록버스터에서는 하나만 드러나도 치명적으로 작용할 단점들이 이 영화에서는 모조리 담겨있다.

  이미 <트랜스포머>는 굉장히 먼 길을 와버렸다. 관객들이 열광했던 사실적인 변신과 전투는 온데간데 없고 거대한 폭발과 폭발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1편의 마지막 시퀀스인 미션 시티 시퀀스를 떠올리자면, <트랜스포머>들이 사람들 사이에서 싸우는 게 전혀 거리감이 없이 그려져 굉장히 유치할 수도 있는 변신 로봇물을 현실로 끌어왔다면 이제는 완전히 동떨어진 세상에서 완전히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고 있다. 1편만큼 간단명료한 이야기를 구사하는 것도 이제는 불가능해 보이고 그러한 액션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가 될 것 같아 아쉽다. 마이클 베이의 후속으로 누가 연출을 맡을 지는 의문이지만 정말 거대한 짐을 떠안게 되는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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