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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신익 Jul 03. 2017

[영화 리뷰] - <옥자>

밝고 보편화된, 그러나 여전히 날카로운

  봉준호, 그가 돌아왔다. <플란다스의 개>, <살인의 추억>, <괴물>로 이어지는 데뷔 후 세 작품에서 굉장히 빠르게 두각을 나타내어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 감독이 됐고 그 이후로는 <도쿄!>, <설국열차> 등 해외에서의 프로젝트와 <마더>와 같은 국내에서의 프로젝트를 병행하며 전 세계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던 그가 다시금 대규모의 국제적인 영화 <옥자>로 돌아왔다. 매 작품이 워낙 화제성이 강한 만큼 이번에도 화제가 되었지만 넷플릭스라는 플랫폼 때문에, 그리고 이에 대응하는(!) 한국 멀티플렉스 영화관들의 대응 때문에 개봉 전부터 더더욱 화제를 모았다. 결과적으로는 이래저래 꽤나 의미있는 작품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영화 외적으로는 대중들이 소규모 영화관을 찾는 계기가 되었으며 영화 내적으로는 봉준호 감독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가장 크게 변한 점이라면 아마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아닐까 싶다. 기존의 영화들이 지금 시대의 어른들에게 난감한(!) 상황을 던져주고 이를 통해 사회 전반에 대한 이야기로 확대하는, 비교적 씁쓸하고 어두운 이야기였다면 <옥자>는 상당히 밝고 가벼운 느낌이다. 이야기의 범위가 외국으로까지 확장되다보니 생각보다 보편화된 이야기를 건드리는 면이 있다. 또다른 주인공인 옥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식량 vs 살아있는 동물'이라는 것도 그렇고 한 조직 내에서 있을 수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꽤나 보편적인 요소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AFL 내에서 이상주의자와 목적론적인 인간이 충돌한다.

  그렇다고 해서 봉준호 감독의 색깔이 퇴색한 것도 아니다. 한국 사회라는 특수성이 조금 제거됐을 뿐, 어쨌든 사회의 단면을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으며 한국에서의 시퀀스들은  그 특수성을 어느 정도는 살려내고 있다.(대표적으로 최우식 배우가 연기한 김군과 윤제문 배우가 연기한 문도의 관계) 또한 연출적으로는 다분히 봉준호 감독의 색채가 많이 드러난다.(오히려 전작 <설국열차>보다 더 그러한 것 같다.) 본인 스스로 칭한 특유의 '삑사리'와 이를 통한 유머와 상황 전개는 굉장히 여유있게 펼쳐져 있으며 이 영화를 하나의 액션 어드벤처로서 봤을 때 장르를 조금씩 비틀어내는 솜씨도 여전하다.(유리를 온몸으로 부딪는 장면, 추격전도 그렇고 퍼레이드에서 한 번 더 이야기를 치고 나가는 것도 그러하다.) 특히 서울 추격전 시퀀스는 이러한 봉준호 감독의 특징의 집합체라고 봐도 좋을 정도이며 전작 <괴물>을 연상시키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

  특유의 모호함과 어두운 모습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영화 후반부는 굉장히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로 진행이 되며 결말 역시 얼핏 보면 승리지만 동시에 다수의 구원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는 패배와도 같다. 또한 소박하게 밥을 먹는 것의 이미지를 다시금 활용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처럼 기존의 스타일이 꽤나 많이 보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생각보다 가볍고 밝다. 연출을 배제한 스토리라인도 타 작품에 비한다면 비교적 단순한 편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비교적 겉으로 드러나는 요소들이 더 눈에 들어오는 편이라 부담없이 재미있게 보기 좋은 작품이기도 하며 동시에 봉준호 감독이 디테일하게 심어놓은 요소들을 깊이 읽어보는 맛도 공존하지 않나 생각한다.

  비록 전작만큼의 치열함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설국열차>는 대놓고 치열하게 벌이는 사회 구조에 대한 담론이었고 그 전작들은 현실에 아주 맞닿아 있는 작품들이었으니까. 그에 비하면 앞서 말했듯 <옥자>는 가벼운 편이며 판타지다. 영화가 강원도를 그려내는 방식처럼 영화는 따뜻하고 미자와 옥자의 시선으로 차갑디 차가운 세상을 희망적으로 바라보려는 시도를 하는 작품이다. 물론 여전히 이 세상은 잔인할 만큼 차가워 그 길은 쉽지 않지만 결말에 이르러서는 그 희망을 전달하는 데 성공하는 영화다. 그런 점에서 <옥자>는 봉준호 감독의 기존 스타일과 더불어서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기 좋은 작품이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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