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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신익 May 24. 2017

[영화 리뷰] - <겟 아웃>

참신하고 에너제틱하지만 무책임한 마무리

  여러모로 사연이 참 많은 영화다. 단 450만 달러의 제작비로 1억 7400만 달러의 수입을 북미에서 기록하지를 않나, 국내에 개봉 예정이 안 되어 있다가 예고편을 본 관객들의 요청으로 개봉이 되지를 않나. 특히 공포 영화에 대한 잠재적인 수요가 (10대~20대를 중심으로) 높은 한국이기에 더 이 작품에 기대를 많이 한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어떤 스타 배우도 출연하지 않고 제임스 완과 같은 이름있는 사람이 연출을 하거나 제작을 맡은 것도 아닌데 말이다. 국내의 경우엔 꽤나 충격적인 예고편 하나로 개봉까지 이뤄낸 셈이다. 결과적으로는 그럴만했다. 물론 이 영화에 필자는 실망을 한 편이었다. 하지만 영화가 취하는 형식이나 주제는 굉장히 참신하고 시종일관 정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영화였다.(근데 개봉을 이뤄낸 그 예고편은 문제가 좀 많았다.)


본 리뷰는 <겟 아웃>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공포 영화 중에서 인종적인 문제를 직접적으로 차용한 것이 얼마나 될까 생각이 들까 할 정도로 영화는 굉장히 파격적이다. 물론 일종의 메타포로서 등장하는 문제야 몇몇 있었지만 아예 흑인과 백인의 구도로 몰아가는 형식은 그리 많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또한 '이상한 마을'이라 하여 사람들이 대놓고 죽어나가는 물리적인 잔혹성이 드러나는 곳이 아니라 시종일관 묘한 긴장감이 주는 무게감이 정말 좋았다. 특히 한적하고 고풍스러우며 예스러운 공간과 조우를 하며 일종의 지적인 긴장감을 형성해내는 점은 아주 좋았다. 이러한 이미지가 가장 절정을 찍은 장면은 개인적으로 빙고 씬이 아닌가 생각된다. 마치 1800년 후반대의 노예 경매를 보는 듯한 느낌이 강했고 이를 세련되게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영화 내내 인종적인 문제는 시종일관 깔려있다. 영화 초반에도 등장하는 '백인 주인과 흑인 하인의 클리셰(물론 반전을 가지고 있지만)', 흑인을 타겟으로 하는 집단 범죄, 사슴의 메타포, 흑인의 이야기를 흑인이 믿지 못하는 사회적 편견. 미국에서는 만연해있을 수도 있는 문제를 영화 속 에피소드로 잘 끌어올렸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모습을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인종 문제라는 큰 범주로 묶어 힘있게 나아간다. 크리스[다니엘 칼루야 분]의 탈출이 시작되기 전까지.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크게 느껴진 부분은 후반부였다. 크리스가 잡히고 더 예스러워진 미장센에서 크리스에게 설명되는 이 집단의 실체는 앞서 말한 지적인 긴장감을 끌어올리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그 다음은 밑도 끝도 없는 활극으로 마무리가 된다. 사실상 탈출이 아니라 복수가 주가 된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로 액션이 커진다. 물론 후반부에는 전반부와는 다른 형태의 긴장감이 남아있다. 그러나 그 둘 사이의 간극이 영화의 힘을 갉아먹었다고 생각했다. 비인간적인 행태를 그리지만 영화는 이에 대해 굉장히 정적이고 지적으로 접근했다. 사건의 마무리를 위해 물리적인 충돌이 있어야 했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후반부는 활극에 가까웠다. 필자는 형식적으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장고>를 떠올렸다. 하지만 <장고>는 물리적 충돌이 있을 것이라는 암시가 영화 내내 이루어졌기에(또한 충돌 자체가 보여졌기에) 후반부의 폭발이 카타르시스로 다가올 수 있었던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겟 아웃>의 후반부는 전반부와 비교했을 때 무책임한 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보여주는 형식이나 이야기의 참신함, 인종 문제를 전면으로 내세우는 패기는 인정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후반부에 실망을 했어도 전반부가 쌓아올렸던 그 긴장감, 그 주제, 그 미장센, 그 에너지는 부정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필자 역시 그 부분을 좋아하고 재미있게 봤으니까) 물론 이 영화가 인종적인 문제 그 자체로 영화가 화제가 됐을 가능성도 높다. 특히 이번 아카데미가 반 인종차별을 내세운데다 반 트럼프의 여론이 강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고 인종적인 요소가 이 영화의 흥행에 지분을 어느 정도 차지하고 있다고 보인다. 하지만 북미에서의 열풍은 이것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분명 아쉬운 부분이 있어도 <겟 아웃>은 공포 영화로서 매력적인 부분들을 꽤나 갖춘 영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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