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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신익 Dec 09. 2018

[영화 리뷰] - <콰이어트 플레이스>

오히려 드라마를 풀어가는 솜씨에 더

  올 초에 개봉한 영화지만 참 늦게도 봤다. 심지어 비행기에서 봤으니 온전한 관람 환경이었다고 말하기도 애매할 수 있겠다. 어쨌든 비행기 안이라는 특성상 영화에 가장 주된 테마인 '침묵'을 제대로 느끼기는 어려우니까. 물론 그 상황 자체만으로도 이 영화는 분명 훌륭한 긴장감을 만들어내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더 눈에 띄는 건 이야기 그 자체였다. 참신하다면 참신한 소재와 확장할 여지가 많은 세계관을 두고도 영화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차곡차곡 쌓아올린다. 장르 영화에서 스토리텔링의 성공을 거뒀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좋은 영화가 아닐까 싶다.

  어쩌면 장르적인 쾌감보다는 이야기에 대한 강조가 존 크래신스키가 표현하고자 하는 이 영화의 방향이 맞을 지도 모르겠다. 영화는 오프닝에서부터 가족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시청각적으로는 심도가 얕은 화면과 침묵 속에서 자잘한 소리를 배치함으로써 영화의 톤앤 매너를 보여주며 동시에 지나가는 소품과 상황(신문, 로켓 장난감 등)을 통해 물리적 배경을 구체화한다. 그리고 나머지는 최대한 가족의 이야기와 시선을 담아낸다. 건강이 좋지 않은 마커스[노아 주프 분], 청각장애를 앓고 있는 레건[밀리센트 시몬스 분], 막내 보우[케드 우드워드 분]와 그 부모를 편의점 씬을 통해 캐릭터라이징한다.

  이 과정에서 공포감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거나 관객들을 놀래킬만한 요소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침묵해야만 하는 상황의 특성상 발생하는 서스펜스는 있지만 그것이 공포로 직결되지도 않는다. 오히려 편의점 이후 사용되는 음악 등을 생각해보면 온화하다. 그 직후 다리 씬을 생각해봐도 영화는 오프닝임에도 공포감을 직접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다른 공포 영화들이 관객들을 놀래킬 때 최대한 화면을 제한적으로 구성해 관객들에게 폭 좁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과 달리 이 영화는 위협의 등장에 대해 꾸준하게 암시를 주고 시선을 일치시키며 진행한다. 오히려 이 씬에서 긴장감을 유발하는 것은 희생당하는 것이 가족의 일원, 특히 그 중에서도 막내라는 점과 아버지[존 크래신스키 분]의 시선에서 느껴지는 절박함과 청각장애인 레건의 시선에서 느껴지는 무력감과 공포감이라 생각한다.

  오프닝의 해프닝 역시 중요한 드라마의 지점으로 활용되고 그렇기 때문에 해당 씬의 주된 시선을 아버지와 청각장애인 딸로 배치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 이후로 진행되는 영화를 봐도 긴장감을 유발하는 장면들에서는 비교적 대놓고 위협을 드러내는 편이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이 영화가 지향하고자 하는 바는 관객들을 대놓고 겁주는 공포가 아니라 말 그대로 서스펜스, 극적인 긴장감에 해당한다. 그리고 존 크래신스키 감독은 그 긴장감이 이야기적으로 연결되길 바라고 있는 것 같다.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조금만 적자면 영화에서 사람이 의도적으로 소리를 낼 때 처한 상황과 그 소리가 담는 내용은 굉장히 직접적으로 가족에 대한 이야기하고 있으며 이 위협을 헤쳐나가게 되는 열쇠 또한 그 산물이라고 봐야한다. 영화의 후반부에 가서도 위협의 근원이나 그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보단 인물 중심의 드라마로 갈등을 해결해 나간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를 굉장히 숨죽이고 보게 되고 긴장감이 뛰어난 영화라고 생각하지만 결국에는 이 영화는 가족 드라마로 보인다.


  어쩌면 감각의 차단이 주는 긴장감이 워낙 강하다보니 선택할 수 있는 이야기 전달법일 수도 있다. 하지만 소재가 좋기 때문이라고만 치부하기에는 이 소재를 요리하는 연출자의 깊이를 무시하긴 어려울 것 같다. 영화의 러닝타임은 90분이 조금 넘는 정도이다. 그 안에 장르적으로는 침묵의 긴장감을 선사하면서 군더더기 없이 이야기를 전달해낸다. 깔끔하고 있을 것만 딱 갖춘 그런 영화다. 비록 겁을 주는 공포 영화를 좋아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지만, 겁이 좀 덜해도 어떤가. 이미 여러가지 부분에서 성취를 얻어낸 영화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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