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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신익 Nov 26. 2018

[영화 리뷰] -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이야기가 치고 나가진 못할지언정

  <해리 포터>는 끝났다. 소설은 10년도 더 전에, 영화는 7년 전에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2년 전, <신비한 동물사전>이 대중과 평단으로부터 고르게 호평을 받으며 <해리 포터> 세계관의 재시작을 화려하게 알렸다. 함께 성장한 <해리 포터> 세대에 맞춰 마냥 천진난만하지도, 그렇다고 과하게 무겁지도 않은 적절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면서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세계를 안정적으로 풀어냈다. 전작 <신비한 동물사전>이 이렇게 <해리 포터> 이전 세대 마법사들의 이야기를 잘 소개했다면 속편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이하 <신비한 동물사전 2>는 이야기에 박차를 가해야 할 작품이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이 영화는 설명하기 바쁘고 늘어지다 못해 속편을 위한 떡밥만으로 가득 찬 영화가 되어버렸다.

  엄밀히 생각해보면 영화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이 불필요한 이야기가 많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번 작품의 중심되는 내용을 작중 대사를 통해 쉽게 요약할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 "편을 골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린델왈드(조니 뎁 분)가 세상 밖으로 나옴에 따라 그를 따르는 세력과 그에 반하는 세력으로 서서히 마법사들이 나뉘어지고 이에 주요 인물들에게도 그 선택이 강요된다. 그 선택에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해 영화는 수많은 인물들의 드라마를 광범하게 그려낸다. 이야기가 인물들에게 강요하는 선택지는 꽤 매력적이다. 각 드라마를 이뤄내는 인물들을 각각 한 쌍으로 묶어내 그들이 갈라지게 되는 이야기적 요인을 보여주는데, 자신의 정체를 알기 위해서, 혹은 함께할 수 없는 이와 함께하기 위해서, 그리고 누군가의 희생으로 인한 분노 등등. 각 인물들의 선택에는 분명 당위성이 있고 이후 시리즈에서 만들어갈 갈등 구도를 더욱 섬세하게 만들어준다.

  문제는 이를 풀어나가는 방식이다. 그 드라마를 안고 있는 인물들이 못해도 5쌍은 된다. 이 모든 인물들에게 각자의 드라마를 부여하고 일일이 그 인물들을 설명하고 있자니 이야기는 나열적으로 바뀔 수밖에 없고 늘어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심지어 각 드라마 간 연결고리가 느슨해 영화적으로 어색해 보이는 순간도 있다. 이 부분에 대해 대표적으로 들고 싶은 예시가 퀴니[앨리슨 수돌 분]와 제이콥[댄 포글러 분]이 영화에 처음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뉴트[에디 레드메인 분]의 집에 갑자기, 정말 말 그대로 갑자기 등장해 뉴트의 이야기가 한 템포 정리되기도 이전에 퀴니와 제이콥의 이야기로 넘어가버려 이야기가 정리되지 않은 느낌을 준다. 안그래도 나열적인 이야기인지라 이에 대한 구성이 굉장히 중요한데 그 부분에서 균형을 잃어버리니 이야기가 굉장히 지루하게 다가온다.

  물론 마지막 선택 자체가 주는 긴장감은 상당하다. 하지만 단지 그 정보, 속편으로 이어지는 정보만을 보기 위해 134분을 투자한 것이 과하다고 생각이 들며 그런 만큼 하나의 영화로서는 큰 실패라고 여겨진다. 그 아쉬움은 <신비한 동물사전>이 워낙 좋은 시작을 끊어 주었기에 더더욱 크게 다가온다. 어쨌든 이번 작품을 다음 작품을 위한 '희생의 수'라고 생각하고 본다면 분명 이번 영화는 많은 정보, 중요한 정보를 많이 남긴 영화다. 한 편의 영화로서는 조금 아쉬운 완성도를 보였을지라도 시리즈 전체의 완성도를 보강하기 위해서는 다음 작품의 완성도가 매우 중요하게 작용하지 않을까 싶다.

p.s. 허남웅 평론가가 이 영화에 남긴 평,
"그렇다고 안 볼 수도 없고..."에 깊이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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