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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신익 Dec 29. 2018

[영화 리뷰] - <아쿠아맨>

새로운 세계를 소개하는 영화로서는 합격

  항상 DC 영화들을 언급할 때 요즘들어 부쩍 자주 붙는 수식어가 있다. "마블에 대적할". 만화 업계에서부터 이어져온 라이벌 구도이다보니 실사 영화화가 되는 작품들 사이에서도 비교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고 특히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이어 DC도 자체적인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구축함에 따라 이 비교는 더 자주 이루어졌다. 하지만 그들이 걷는 노선을 보면 확연히 다른 부분이 있다. 마블이 기본적인 캐릭터의 기틀을 닦은 후 메인 이벤트(<어벤저스>)로 들어갔다면 DC는 메인 이벤트(<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 리그>)를 먼저 보여준 후 각 캐릭터의 솔로 무비로 들어갔다. 아이러니하게도 메인 이벤트가 관객들의 신뢰를 갉아먹어 솔로 무비가 일종의 재건축 과정이 되어버렸다. 특히 무기한 연기된 DC의 주축, 슈퍼맨과 배트맨 솔로무비가 각각 등장하지 않음에 따라 당분간 등장할 영화들은 재건축이라는 말이 더더욱 어울리게 되었다. <아쿠아맨>은 그런 점에서 성공적인 재건축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원더우먼>이 거둔 성과만큼은 아니라 생각하지만 적어도 새로이 등장한 캐릭터를 보여주는 데 있어서는 제 역할에 충실한 영화라 생각된다.

  사실 영화의 서사만을 놓고 봤을 때 이 영화는 평이한 영화가 될 가능성이 높은 작품이었다. 다른 히어로 영화와 마찬가지로 기존의 영웅 서사 및 신화의 서사를 상당 부문 빌려온 <아쿠아맨>은 흡사 <토르>와 <블랙 팬서>의 이야기를 섞어 놓은 이야기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으려는 영웅의 서사 구조와 왕위 쟁탈이 얽혀 이러한 느낌을 주는데, 이야기적으로 영화는 이 이상 나아가지 못한다. 양 쪽의 서사를 그려내면서 동시에 영화 중반부가 거대한 어드벤처가 되는데 이를 다루는 톤이 <캐리비안의 해적>과 흡사한, 비교적 가벼운 분위기이다 보니 이야기 자체가 크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기본적인 서사의 전형에 적당히 맞춰 진행이 되다보니 이야기적으로 크게 흠이 있지는 않지만 반대로 강점 역시 크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영화는 이 부분을 화려한 세계관의 구현과 액션으로 돌파한다. 제임스 완이 감독으로 발탁될 때부터 <아쿠아맨>은 자신의 마음대로 해석할 여지가 많아서 좋다고 했다는 말을 증명하듯 영화는 새로운 세계를 그려내는 데 있어서 시각적으로 굉장히 탁월하게 그려낸다. 기본적으로 어두운 수중의 느낌 아래에 형형색색의 화려한 색감으로 그려낸 세상은 마치 <아바타>의 판도라를 처음 볼 때와 비슷한 시각적인 충격을 준다. 이 부분이 중요한 이유는 이 영화가 캐릭터를 소개하는, 솔로 무비의 첫 영화이기 때문이다. 마블이 초기 히어로들을 다루는 데 있어서 어떻게 그려냈는지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쉽다. <아이언맨>은 괴짜캐릭터를 내세운 SF, <캡틴 아메리카>는 2차 대전과 사상의 전쟁, <토르>는 판타지, <앤트맨>은 서민적인 코미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레트로 풍의 스페이스 오페라 등 확고한 장르와 분위기를 가지고 그 인상을 관객들에게 남겼다. 이 기반으로 이후 속편에서 자유로운 확장 혹은 변주(일부 작품의 경우 자기소모)가 이루어지며 확장해왔다. <원더우먼>과 더불어 <아쿠아맨>은 자기 고유의 작품 분위기를 뛰어난 시각화를 바탕으로 구축해냈기에 영화가 완벽하지 못하더라도 도입으로서는 최선의 영화라 생각한다.

  영화의 액션은 화려한 세계와 더불어 영화의 보는 맛을 더한다. 영화 초반 아틀라나[니콜 키드먼 분]의 원 테이크 액션부터 불의 고리 대결 이후 탈출 시퀀스, 시칠리아 액션 시퀀스와 마지막 전투 등 어느 하나 크게 버릴 액션 없이 모두 잘 소화해냈다. 인상적인 부분을 몇가지 짚어보면 우선 리액션을 굉장히 잘 연출했다. 액션 시퀀스에서는 행동(액션)에 따라 대상이 갖는 변화(리액션)가 등장하기 마련이다. 쉽게 얘기하면 주먹을 때렸을 때 맞는 사람은 아프거나 뒤로 밀려나거나 등의 변화를 갖는다. 액션 자체의 합만큼이나 리액션을 어떻게 연출하느냐에 따라 액션의 분위기는 상당히 달라진다. <아쿠아맨>의 액션 시퀀스들은, 특히 수중에서의 액션 시퀀스들은 액션에 따른 물결이나 물의 파동 등을 잘 살려 영화의 분위기를 더욱 살려주고 각 합의 무게감을 더해준다.

  또한 바닷속을 유영하는 느낌을 굉장히 잘 살렸다. 특히 중반부 아틀란티스 탈출 시퀀스나 후반부의 트렌치와의 추격전 등을 생각해보면 마치 하늘을 나는 것 같은, 활공감을 바닷속에서 굉장히 잘 살려냈다. 아틀란티스 탈출 시퀀스는 1인칭, 혹은 1인칭의 느낌을 주는 숏들의 구성과 카메라 워킹을 통해 관객들이 직접 잠수정을 타고 있는 느낌을 주며 후자의 경우 영화의 색감과 더불어 심해의 느낌이 주는 공포감을 조성하며 동시에 양적으로 관객을 압도하는 느낌을 준다. 특히 슬로우모션을 굉장히 잘 사용해 다수의 트렌치가 주는 공포감과 긴장감을 굉장히 잘 살린 시퀀스이며 시각적으로 가장 뛰어난 시퀀스가 아닌가 생각한다.

  DC 입장에서는 꽤 중요한 작품이었을 것이다. <아쿠아맨>을 제외하고 가장 최근에 개봉한 <저스티스 리그>가 DC 유니버스 영화 사상 최저의 성적을 기록하면서 지금 DC가 처한 상황을 여과없이 보여줬기 때문이다. DC 입장에서는 다른 것보다 관객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을 것이고 그에 따라 짧은 간격을 두고 개봉 일정이 잡혀 있는 <아쿠아맨>과 <샤잠>에 많은 기대를 걸었을 것이다.(마치 <수어사이드 스쿼드> 참패 이후 <원더우먼>이 맡은 포지션과 비슷하다>) 그런 점에서 <아쿠아맨>은 굉장히 성공적인 영화다. '아쿠아맨'을 얘기했을 때 떠올릴 수 있는 강한 인상을 남긴 것은 물론 "볼만한 DC영화"라는 점에서 관객들에게도 어느 정도 신뢰를 회복시킨 작품이기 때문이다. 물론 중요한 것은 향후 DC가 이 기세를 이어나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것을 다 떠나서, 그저 아주 재미있는 영화가 한 편 나왔고 제임스 완 감독은 블록버스터에도 재능이 있음을 다시 한 번 증명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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