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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신익 May 23. 2023

2023년 칸 영화제 속 한국 영화의 근황은?

  일주일 전인 5월 16일, 제76회 칸 영화제가 개막했습니다. 비록 아카데미 시상식에 비해 대중성이 약하지만 예술적인 권위는 가장 뛰어난 영화제이며 영미권 영화들을 위주로 진행되는 아카데미와는 다르게 전 세계의 영화들이 초청되기 때문에 평단과 매니아층의 주목을 받는 영화제이기도 합니다. 한국 영화도 칸 영화제와 좋은 인연이 많은데요, 2002년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이 감독상을 수상한 것을 시작으로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박쥐>, 이창동 감독의 <시>, <밀양>(배우 전도연의 여우주연상),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등 다양한 한국 영화가 상을 수상했으며 수상에 실패했어도 화제성을 낳은 다수의 작품들(<아가씨>, <버닝> 등)과 비경쟁부문에 이름을 올린 작품들까지 많은 영화들이 칸 영화제를 장식했습니다. 작년 칸 영화제에서도 <헤어질 결심>의 박찬욱 감독이 감독상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에 출연한 송강호 배우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크게 화제가 된 바 있죠. 그렇다면 올해 칸 영화제 속 한국 영화들의 근황은 어떻게 될까요?



좌측부터 <거미집>, <잠>, <화란>의 스틸 컷

  올해 칸 영화제에 초청된 한국 영화는 총 7편입니다. 비경쟁부문에 초청된 김지운 감독의 <거미집>,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된 김창훈 감독의 <화란>, 심야상영 부문에 초청된 김태곤 감독의 <탈출: PROJECT SILENCE>, 라 시네프 부문에 초청된 황예인 감독의 <홀>과 서정미 감독의 <이씨 가문의 형제들>, 감독주간 부문에 초청된 홍상수 감독의 <우리의 하루>, 비평가주간 부문에 초청된 유재선 감독의 <잠>이 그 주인공들인데요, 하나씩 그 근황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화란, Hopeless


감독 : 김창훈

출연 : 홍사빈, 송중기, 김형서(a.k.a. 비비)

배급사 : 플러스엠

초청 부문 : 주목할 만한 시선, UN CERTAIN REGARD


  먼저 소개해 드릴 영화는 송중기의 노 개런티 출연으로 화제를 모은 <화란>입니다. <화란>은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소년 연규[홍사빈 분]가 범죄 조직의 중간 보스 치건[송중기 분]을 만나 위태로운 세계에 함께 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는 느와르 영화라고 합니다. <화란>이 초청받은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은 전 세계 젊은 감독들의 독창적인 영화들을 초청하는 부문인데요, 부문 설명에서도 추측 가능하듯 <화란>은 김창훈 감독의 장편 데뷔작입니다. 시놉시스만 봐서는 또 하나의 한국형 느와르인가 싶지만 현재 한국에서 가장 몸값이 높은 스타 배우 중 하나인 송중기가 노 개런티 출연을 감행한 만큼, 이 영화만의 차별적인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하는 추측이 오가고 있습니다. <화란>은 프랑스 현지 시각으로 5월 24일에 상영될 예정입니다.




탈출: PROJECT SLIENCE, PROJECT SILENCE


감독 : 김태곤

출연 : 이선균, 주지훈, 김희원

배급사 : CJ ENM

초청 부문 : 심야상영, MIDNIGHT SCREENINGS


  두 번째로 소개할 영화는 칸 영화제에 초청된 한국 영화 중 가장 규모가 큰 영화인데요, 바로 김태곤 감독의 <탈출: PROJECT SLIENCE>(이하 <탈출>)입니다. <탈출>은 독립 영화 <1999, 면회>로 평단의 주목을 받았고, 상업 데뷔작인 <굿바이 싱글>로 준수한 흥행을 보여주는 등 실력을 인정받은 김태곤 감독의 첫 텐트폴 영화인데요, 언론에 알려진 바로는 순 제작비 180억 원 규모의 대형 영화라고 합니다. 영화는 붕괴 직전의 공항대교에 군사 실험 '프로젝트 사일런스'의 실험체 '에코'가 탈출하게 되고, 그들의 타겟이 된 생존자들이 탈출하기 위한 사투를 벌인다는 이야기를 다룬다는데요, 덱스터 스튜디오가 제작하는 최초의 한국 괴수 영화라고 합니다. <탈출>이 초청된 부문은 보통 장르 영화들, 즉 타 부문에 비해 비교적 오락적, 상업적 성격이 강한 영화들이 주로 상영되는 부문입니다. 그러한 만큼 <탈출>에 대한 현지 반응은 미학적 평가보다는 영화의 재미에 대해 짐작해 볼 수 있을 텐데요, 아쉽게도 <탈출>에 대한 반응은 뛰어나다고 보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탈출>은 현지 시각 5월 21일 상영됐는데요, 빠르게 몰아치며 긴장감을 연출하는 방식에는 모두 호평을 보냈지만 예측 가능할 만큼 뻔하고 신파적인 각본과 괴수를 묘사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CG가 상당히 어색해 아쉽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습니다. 특히나 신파에 대해 내성이 적은 해외 평단조차 각본 상에서 이를 지적할 정도이니 큰 기대를 가지기에는 조금 어렵지 않을까 싶네요.




거미집, COBWEB


감독 : 김지운

출연 : 송강호, 임수정, 오정세

배급사 : 바른손 E&A

초청 부문 : 비경쟁부문, OUT OF COMPETITION


  세 번째로 소개해 드릴 영화는 아마 올해 칸 진출작 중에서 영화 팬들이 가장 기대하고 있는 작품일 텐데요, 바로 김지운 감독의 <거미집>입니다. <거미집>은 다 찍은 영화의 결말을 다시 찍으면 불후의 걸작이 나올 것이란 확신에 빠진 김 감독[송강호 분]이 검열 당국의 방해와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 제작자와의 갈등 속에 촬영을 감행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비록 전작 <인랑>으로 상업적으로나 비평적으로나 크나큰 실패를 맛본 김지운 감독이지만 <조용한 가족>, <반칙왕>, <장화 홍련>, <달콤한 인생>,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밀정> 등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며 관객과 평단의 인정을 받아 온 김지운 감독의 신작이기에 많은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그의 페르소나와도 같은 배우 송강호가 합을 맞췄으며 예고편을 통해 확인한 바로는 김지운 감독의 장기인 독특한 비주얼과 연출력이 십분 드러나며 장르적으로도 스릴러와 코미디가 결합된, 감독의 초기 작품인 <조용한 가족>을 연상시키는 부분이 있어 많은 영화 팬들의 기대를 불러일으켰습니다. 더불어 <달콤한 인생>, <놈놈놈> 등 김지운 감독의 칸 영화제 초청작들의 완성도가 뛰어났기에 기대감은 더더욱 상승했습니다.


  <거미집>이 초청된 비경쟁부문은 보통 명망 있는 감독들의 신작, 블록버스터, 개막작, 폐막작 등의 작품들이 초청되는데요, 그렇다 보니 대중적으로는 화제성이 가장 큰 작품들이 출품되는 부문이기도 합니다. 어깨를 나란히 하는 작품들이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킬러스 오브 더 플라워 문>, 할리우드 어드벤처의 상징인 '인디아나 존스'의 신작인 제임스 맨골드 감독의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 픽사의 <엘리멘탈> 등 그 면면이 쟁쟁한데요, <거미집>은 현지 시각 5월 25일 상영될 예정입니다. 과연 어떠한 반응을 불러일으킬지 궁금하네요.




잠, SLEEP


감독 : 유재선

출연 : 이선균, 정유미

배급사 : 롯데엔터테인먼트

초청 부문 : 비평가주간, CRITIC'S WEEK


  네 번째로 소개해 드릴 영화는 유재선 감독의 <잠>입니다. 행복한 신혼생활을 하던 현수와 수진이 현수의 수면 중 이상행동으로 위기에 처하자 그 비밀을 풀기 위해 두 사람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다룬 미스터리 영화 <잠>은 배우 이선균과 정유미가 각각 현수와 수진을 맡았습니다. 이선균 배우는 <탈출>과 동시에 두 작품으로 칸 영화제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네요. 이선균과 정유미라는 매우 뛰어난 주연 배우진을 자랑하는 <잠>이지만 이 작품을 연출한 유재선 감독은 이번이 장편 데뷔작이라고 하는데요, 봉준호 감독의 <옥자> 연출부 출신인 유재선 감독은 <신과 함께> 시리즈의 음향과 <버닝>, <메기>의 영문 번역에 참여하는 등 다른 직책으로 다양한 작품에 참여했는데요, 2018년 단편 <부탁>으로 부천 영화제 코리안 판타스틱: 단편 작품상을 수상하며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장편 데뷔를 상업 영화로, 그것도 이선균과 정유미라는 걸출한 두 배우를 주연으로 삼을 수 있지 않았나 싶은데요, 이러한 성격에 걸맞게 국제 비평가협회 주관으로 신인 감독들을 위주로 이뤄지는 비평가주간에 초청됐습니다. 비록 감독주간과 더불어 비공식 섹션에 해당하긴 하지만(주관이 다르기 때문) 오히려 더 다양한 인재 및 작품 발굴이 이루어진다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영화는 21일 처음으로 관객들에게 상영되었는데요, 해외 시네필들의 별점 사이트인 레터박스(Letterboxd)에서는 평점 3.5를 받아내며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봉준호 감독도 근래 가장 참신한 한국 공포 영화라고 호평하는 등 전반적인 평가가 준수한 편인지라 여러모로 기대가 되는 작품입니다.




우리의 하루, IN OUR DAY


감독 : 홍상수

출연 : 기주봉, 김민희

배급사 : 전원사, 콘텐츠판다

초청 부문 : 감독주간, CANNES DIRECTORS' FORTNIHGT


  다섯 번째로 소개해 드릴 영화는 홍상수 감독의 신작 <우리의 하루>입니다. 국내 대중들에게는 배우 김민희와의 스캔들로 더 유명한 감독이지만 홍상수 감독은 자신만의 영화 문법으로 국내 평단과 매니아층은 물론 해외에서 열렬한 지지를 받는 감독인데요, 특히 영화감독으로서의 위상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잘 느껴질 정도입니다. 신작만 냈다 하면 세계 3대 영화제(칸, 베니스, 베를린)에 출석하다시피 하는 홍상수 감독인 만큼 이번에도 칸 영화제에 이름을 올렸는데요, 공식 섹션이 아닌 영화감독 협회에서 주관하는 감독주간에 초청됐습니다. 감독주간은 주로 공식 섹션에 초청받지 못한 거장 및 유명 감독들의 영화들이 상영되는데요, 홍상수 감독의 <우리의 하루>는 감독주간의 폐막작으로 선정되어 26일 상영될 예정입니다.




홀, HOLE


감독 : 황예인

출연 : 임채영, 곽수현, 손지유

제작 :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초청 부문 : 라 시네프, LA CINEF


  마지막으로 소개해 드릴 두 작품은 단편 영화들인데요, 두 영화는 모두 라 시네프 부문에 초청되었습니다. 라 시네프 부문은 전 세계의 영화 학교 학생들이 만든 단편 영화를 대상으로 하는 부문으로 과거 시네마파운데이션 상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소개해 드릴 두 영화는 한국 영화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 될 수도 있습니다. 먼저 소개해 드릴 영화는 황예인 감독의 <홀>인데요, 사회복지사가 가정방문 중 어느 남매가 사는 집에서 거대한 맨홀을 발견하고, 남매가 복지사에게 맨홀에 들어가달라고 부탁하며 벌어지는 일을 다루는 작품입니다. 칸 영화제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된 예고편에서 상당히 무겁고 미스터리한 분위기가 가득한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KAFA 작품으로서는 14년 만에 칸 영화제에 초청된 것이라고 하는데요, 그 직전 기록이 한국 단편영화계에 전설처럼 길이길이 전해지는 조성희 감독의 <남매의 집>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홀>에 대한 기대도 충분히 가져볼만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씨 가문의 형제들, THE LEE FAMILIES


감독 : 서정미

출연 : 정애화, 조윤지, 이주협

제작 : 한국예술종합학교

초청 부문 : 라 시네프, LA CINEF


  마찬가지로 라 시네프 부문에 초청된 <이씨 가문의 형제들>입니다. KAFA와 더불어 한국 신예 감독을 양성하는 대표적인 기관인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출신의 서정미 감독의 작품인데요, <이씨 가문의 형제들>은 구시대적 가치관인 가부장제로 인해 가족의 추억이 묻어있는 시골집이 엉뚱하게 집에 대한 추억도 애착도 없는 장손에게 넘어가 외지인에게 팔린 상황에서, 남은 형제들이 집안의 무형의 가치를 새로운 집에서 계승해 나간다는 내용을 다룹니다. 서정미 감독은 2019년 단편 <소영의 영화>로 청룡영화상 단편영화상 후보에 이름을 올린 바 있는데요, 전작 <김정임씨네 막내손녀>에서도 한국적인 가족관계를 탐구하던 서정미 감독의 주제의식이 확장된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예고편을 통해서는 우리에게 익숙하다면 익숙한 가족 갈등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한예종 출신 작품으로는 2년 전 윤대원 감독의 <매미>가 국내 최초로 해당 부문의 2등상을 수상한 바가 있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역시나 서정미 감독의 <이씨 가문의 형제들>도 기대해 봐도 좋지 않나 생각합니다.




  비록 <기생충>의 광풍이 불었던 2019년이나 호재가 가득했던 작년처럼, 경쟁 부문에 한국 작품이 이름을 올려 수상에 대한 기대를 걸 수는 없는 상황이지만 여러 작품이 칸 영화제의 공식 및 비공식 섹션에 초대됐는데요, 과연 어떤 반응을 불러일으킬지 기대가 되며 국내 극장에도 빨리 공개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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