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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신익 Mar 03. 2017

[영화 리뷰] - <사일런스>

믿음을 증명한다는 목적 하나로 끌어낸 기나긴 여정

  영화 <사일런스>는 엔도 슈사쿠의 소설 [침묵]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며 일본에서 선교 활동을 하다 배교한 페레이라 신부의 실제 신부의 이야기를 다룬다. 종교는 믿음이다. 자신의 종교에 충실한 종교인들에게 독실하다(믿음이 두텁고 성실하다.)는 말로 수식을 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종교에 있어서 가장 큰 시련은 이 믿음을 의심받는 것일 것이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관객들을 그 믿음과 의심 한가운데로 초대한다. 오직 종교적인 신념 하나만으로 이 장대한 이야기를 이만큼 풀어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울 따름이다.


본 리뷰는 <사일런스>에 대한 스포일러를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 자체가 거대한 질문의 연속이다. 이 모든 질문들의 공통분모를 잡아보면 믿음이 도전을 받는 것이다. 그 사이를 로드리게스[앤드류 아담스 분]와 가루페[아담 드라이버 분]는, 특히 로드리게스는 방황을 한다.(영화 자체가 로드리게스의 시선을 빌리니까) 처음에는 자신의 믿음을 확인하지만 이내 점차 스스로가 의심을 한다. 신자들에게 생존을 위해 성화를 밟아도 된다고 하고 고통받는 일본 신자들의 시련은 왜 유독 더 가혹한 것인가에 대해 물어보며 신의 침묵에 대해 그 의미를 물어보기도 한다. 이후에는 일본 신자들이 기독교에 대해 정확한 이해를 하고 있는가에 대한 페레이라 신부[리암 니슨 분]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인다. 물론 영화가 최종적으로 내놓는 답은 정해져있지만 영화는 장장 두 시간 40분이라는 긴 시간동안 이 질문들에 대해 같이 고뇌하도록 로드리게스의 시선으로 사건들을 바라본다.

  종교에 대해 거부감이 있는 사람이라면 분명 싫어할 이야기지만 영화는 뛰어난 시청각적 표현을 앞세워 그 거부감을 덜어낸다. 광활한 공간에서 심도를 깊이 가져가거나 안개와 비 등 공간 전체를 덮는 장애물을 통해 눈 앞에 있는 것도 잘 보이지 않도록 연출해낸 장면들이 있다면 누군가가 고문을 당하는 장면들에서는 아주 분명하게 그림을 바라본다. 또한 어둠속에서 한 줄기 빛을 통해 인물에게 빛과 어둠을 동시에 선사하며 묘사하는 방식은 이중적인 것을 넘어 아름답기까지 하다. 로드리고 프리에토 촬영감독이 담아낸 그림은 그 자체로 예술이다. 청각적인 측면에서 영화는 풍부하지는 않지만 효율적으로 소리를 활용하고 있다. 애초에 제목처럼 영화가 시종일관 침묵을 하는 만큼 소리를 사용하는 타이밍이 굉장히 좋고 조금 남아있는 소음들조차 제거하는 순간들은 숨이 턱 막히기까지 한다. 단지 종교에 대한 표현을 넘어서 그 자체로도 아름다운 표현들을 영화는 해내고 있다.

  하지만 이 많은 장점을 가진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이 영화를 절대 걸작이라고는 하지 못할 것 같다. 우선 2시간 40분의 러닝타임을 가져가야 했던 이야기였나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비록 다양한 상황들이 등장하고 질문의 종류도 다양하다고 봐야하지만 큰 범주에서는 종교에 대한 믿음을 묻고 확인하는 하나의 내용만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그렇기 때문에 반복되는 것 같은 장면들이 몇 있다.(특히 이노우에[이세이 오가타 분]와 통역사[아사노 타다노부 분]와 만나는 순간들과 기치지로[쿠보즈카 요스케 분]가 찾아오는 장면들에서)

  그리고 이야기에 대한 치열한 고민 끝에 제시하는 답은 꽤나 쉽게 나오고 있다. 로드리게스의 독백에 가까운 기록을 통해 치열하게 질문하고 대답하던 영화는 어느 순간 신의 목소리를 직접적으로 등장시켜버린다. 물론 표현대로 독백에 가까운 기록이기에 그것을 절대적인 신의 목소리가 아니라 로드리게스가, 그의 믿음이 스스로 만들어낸 목소리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스스로 물어가며 쫓아가던 이야기가 제 3자의 답으로 정리되기에 고민의 치열함에 비해서는 꽤나 쉽게 답이 나와버린 감이 없지 않아 있다. 분명 표현 하나만큼은 기가 막히게 하고 있었음을 생각해보면 굳이 이렇게까지 직접적인 이야기 전달이 아니어도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분명 이 영화는 걸작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떻게 바라보든 참 독특한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오직 종교적인 믿음에 대한 내용 하나로 두 시간 40분에 달하는 시간동안 이야기와 이미지를 전파(!)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야심, 혹은 종교적인 신념도 대단하고 자신들 스스로도 한계로 밀어넣어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 배우들의 열연도 대단했다.(특히 앤드류 가필드는 <핵소 고지>에 이어 다시 한 번 놀랐다.) 모두가 재미있게, 만족스럽게 볼 것이라는 확신은 없지만 '세상에 이런 영화도 있구나'하는 생각으로 한 번쯤은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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