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책을 읽는다.(3)

책읽기는 벽을 허무는 과정이다.

by 이승형

확신범들이 사상범이나 양심수로 여겨지는 시절도 있었으나 보편적 상식에 벗어난 믿음으로 사회통합을 해치는 사람들을 이제는 확신범으로 부른다.

이 확신범들은 어떤 책을 읽어도 거기서 얻은 지식을 자신의 신념이나 맹신을 굳건히 하는 재료로 사용한다. 예를 들어 인류가 달에 착륙하지 않았다고 믿는 사람들은 달 표면에 꽂은 성조기 모양이나 달의 지표에 찍힌 우주인 발자국을 오히려 조작의 증거라고 우긴다.


세상에 수백만 권의 책이 있고, 그 책들을 다 읽어도 읽는 사람의 마음이 닫혀있다면 책은 불쏘시개만도 못한 존재가 된다. 독자가 변하지 않는다면 책읽기는 전혀 쓸모없는 과정이다.


나도 십 대 후반, 이십 대 초반엔 나의 주장을, 신념을 합리화하고 공고하게 하는 수단으로 독서를 했다. 그래서 읽는 책들도 모두 한쪽에 치우친 주장을 되풀이하는 책이었다. 나는 그런 책들에서 얻은 지식을 타인의 주장을 무례하게 반박하는 논거로 사용했다. 책을 읽을수록 고집스러워지고 사람들과 더 다투게 되었다.


그런 책들은 나의 경직된 두뇌에 잔금 하나 내지 못했다.


한편 편향된 이념에서 벗어나게 해 준 것도 책이요 독서였다. 나와 비슷한 길을 걸었던 사람들이 먼저 책이 그를 옥죄는 밧줄임을 인식하고 벗어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좋은 책은 어떤 식으로든 내 기존관념을 파열시키고 내 마음의 고인 물에 파문을 일으킨다.


책읽기 내가 갇힌 우물을 더 깊이 파는 수단이 아니라 내가 갇힌 담장을 허무는 방편이 되어야 한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더 열린 마음을 갖게 되고, 좀 더 자유롭게 되어야 한다. 책이라는 날개를 달고 넓은 세상을 마음껏 날아다닐 수 있어야 한다.


#독서

#책읽기

#나는책을읽는다

작가의 이전글나는 책을 읽는다.(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