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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zumi Sep 07. 2024

몰입(沒入)

 누구든지 살아가면서 몰입(沒入)이라는 것을 경험한다. 몰입이란 사전적 정의로 어떤 것에 깊이 빠져있는 것을 의미하는데, 몰입하는 순간에는 생각이 끊기고, 시간과 단절되며 그저 자신과 집중하고 있는 대상만 남아있게 된다. 그때에 자신과 그 대상은 하나가 되고, 그럴 때마다 우리는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던지 평소에는 이루지 못한 성취를 얻는다던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에 발을 디딘다. 하지만 우리 모두 경험해 본 적 있지만 자의적으로 몰입이라는 영역에 들어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몰입은 어떠한 대상과 나라는 존재가 하나가 된다는 점에서 우리의 삶에서 서로 다른 형태로 나타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는 몰입을 특수한 상황이나 외부적 요인으로서 하는 경우가 보통이다. 예를 들어 어떤 일을 할 때에 그 일이 자신에게 큰 즐거움을 주거나 성취의 욕구, 갈망이 크다는 특수한 상황에 우리는 몰입을 한다. 또 다른 경우에서 새벽녘의 여명을 바라보거나 여행에서 거대한 폭포를 바라보는 것처럼 웅장한 대자연을 볼 때에, 우리는 그것에 압도되어 황홀함을 느낀다. 이러한 상황에서 몸은 힘들지언정 우리의 정신적인 차원에서는 도리어 에너지를 얻는다. 하지만 몰입이라는 단계에 우리는 자발적으로 도달하기 힘든데, 이것은 평소에 다른 어떤 것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는 것에 있다.

 

 현재에 우리의 마음을 가져가는 요소는 보통 걱정이다. 걱정이란 어떤 일이 원하는 경로에서 벗어나는 상황을 생각할 때 생긴다. 우리는 그 일에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거나, 가담한다고 한들 결과에 대해 보증하지 못할 때에 두려움을 느낀다.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그때는 몰입이 나타난다. 그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우리의 생존을 위해 당연히 행동하게 된다. 하지만 해결할 수 없고, 어떻게 그 상황이 뻗어나갈지 보증할 수 없다면, 그때에 우리는 두려움과 초조함을 느낀다. 보통의 일상에서 마음을 빼앗아가는 요소는 이것이며 우리는 일을 하면서, 사람을 만나면서, 잠을 자면서 까지 이것에 매여 살아간다. 이렇게 에너지를 계속해서 빼앗기기 때문에 일을 해도 원하는 만큼 성취가 나오기 힘들고, 충분한 휴식조차 우리는 취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걱정이라는 것을 끊어내야 한다. 물론 힘든 일이지만, 어떤 일을 자신이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고, 결과를 그저 지켜보아야 하는 입장이라면 그것에 마음을 빼앗기고 걱정에 매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진작 에너지를 써야 할 곳에 쓰지 못하는 데다 걱정이 풀렸다고 해도 이전에 걱정 때문에 소홀히 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걱정이 없다고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물론 아니다. 자신이 그 일에 대해서 손 쓸 수 있는 만큼, 자신의 마음이 편할 수 있을 만큼은 하면 된다. 하지만 그 결과에 대해서 계속해서 근심한다면 그것은 의미 없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평소에 자고 일어날 때 정말 개운하고 희망차게 시작하는 사람이 몇 이나 있을까. 다 알 수는 없으나 적어도 내 주변에는 거의 없다. 보통의 지인 이들이 주변의 사람들이 저마다의 걱정이라는 것에 붙잡혀 살아간다. 그들을 바라보면 앞서 말한 몰입을 하는 경우를 보기 힘들다. 항상 두려움에 산만해지고 머리가 복잡해지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자신을 채우려고 한다. 휴식하는 시간마저 이에 소모해 충분히 휴식하지 못한다. 그 걱정이라는 것을 하지 않는다면 모두 해결될 일이다. 자신이 하고 있는 것에 에너지를 충분히 쏟을 수 있고, 사람과의 관계에서 최선을 다 할 수 있고 잘 때에도 푹 쉴 수 있는 것이다. 안타까운 일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것을 자각하지도 못하고 그 걱정이라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며 살아간다. 왜냐하면 주변의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살아가니까..


 이 글을 읽는다면 한 번 점검해 보았으면 좋겠다. 스스로가 해결할 수 없는 일인데 계속 마음을 빼앗기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진작 당장에 에너지를 써야 할 곳이 어디인지. 우리가 걱정을 하든 안 하는 그 일이 자신의 뜻대로 될 가능성은 결국 5:5이다. 그런데 그곳에 계속 마음을 빼앗기는 것이 옳은 일일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만약에 자신의 걱정을 끊고 자신에게 주어진 것에 몰입하고 에너지를 쏟는다면, 직장에서 인간관계에서 충실한다면, 그 사람은 머지않아 이에 대한 보상을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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