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회가 끝났다.
음악회가 끝났다. 음악회가 끝났다는 건 OPEN을 CLOSED로 돌려두는 일이다. 재료가 남아있더라도, 한 그릇 더 팔 수 있는 여건이 되지만 58분엔 사람을 들일 수 없고 정각은 문을 닫아버려야 하는 시간이다. 그렇게 음악회를 끝냈다. 그간의 쏟았던 정보와 감정의 홍수 속에서 과감하게 댐을 내리고 문을 걸어 잠갔다. 더 이상 그렇게 콸콸 흐르지 못하게.
메시앙,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
메시앙은 포로수용소에서 곡을 썼다. 최악의 상황 속에서 작품 활동을 했던 예술가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심심찮게”라는 단어는 너무 무심하다. 우리는 “엄중하고도 조심스럽게” 살핀다. 청력을 잃었던 베토벤, 스탈린 정권 하의 쇼스타코비치, 포로수용소의 메시앙. 그리고 최악의 상황으로 뛰어들어간 사람도 있다. 헤밍웨이.
“나는 힘센 천사 하나가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는 구름에 쌓여 있었고 머리에는 무지개가 둘러 있었으며, 얼굴은 태양과 같았고 발은 불기둥과 같 았습니다. 그는 오른발로 바다를 디디고 왼발로는 땅을 디뎠습니다. 이처럼 바다와 땅 위에 선 채로 그는 손을 하늘로 쳐들어 영원히 살아 계신 분을 두고 맹세하여 가 로되 “더 이상 시간이 남지 않았도다. 일곱번째 천사가 나팔을 부는 바로 그 날에 하느님의 신비로운 계획이 완성되리라”
-요한 계시록 10장, 메시앙이 악보 첫 머리에 기록해두었다.
‘시간의 종말’이란? 시간의 문을 닫아버린 것일까? 그렇다면 누가 닫은 것인가. 인간이 또 다른 인간의 시간의 문을 거침없이 닫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메시앙의 ‘문’은 닫히지 않았고 그 ‘시간’들은 수많은 음표의 파편들로 또 다른 시간에 흩뿌려졌다. 그 파편들은 지금도 여전히 떠다닌다. 그런데 그 ‘문’은 도대체 무엇인가.
최악의 상황, 절망하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간절한 마음으로 구원자를 기다린다. 마지막 동아줄을 잡아채 불타는 대지를 내려다보며 본능적으로 한숨을 내쉬는 그때, 연민의 마음일까, 안도의 마음일까. 메시앙은 ‘종말’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시간을 닫아버린 것이다. 그리고 천사와 세상의 음성을 음표로 창조했다. 멈춰버린 시간 위에 음표를 새긴다. 메시앙이 내린 음표의 은총들로 영하 30도에 모인 5천 명은 닫혀버린 시간 위에 5천 개의 파편들로 당당히 존재했다.
시간을 걸어 잠그고 음악을 듣는다. 구원을 바라며.
A. Piazzolla <Ave Maria>
Vc. Christian-Pierre La Mar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