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고춧가루 검갈색 간장 구린 새우젓 다려
찧은 마늘 생강 쪽파와 섞어 저린 배추 무에 넣어
맨손으로 주물주물 비벼대면
세상 맛있는 김치가 탄생합니다
휑한 살림 뒷담 호박 하나 텃밭 고추 한 줌 따다
장독대 된장 한 술 풀어
벌건 아궁이 숯불 위에 얹으면
천국의 된장찌개 밥상 위에 오릅니다
산기슭 비탈진 떼밭 돌멩이 부딪히는 호미질
땀 방울 스미어 기름진 땅이 되고
콩 팥 옥수수 감자 고구마 풍성한 곡식들
흥부네 집 마당에 쏟아집니다
군불 때 겨울 건너는 진안 고원 차가운 바람 불 때
가녀리다 억세진 실루엣
나무 한짐 머리에 움켜잡고 살막 어둠 뚫고 내려오면
이윽고 저녁이 차려지고 작은 방 큰 방도 온기 가득합니다
여름날 장맛비 천둥 번개에도
막둥이 손잡고 손시골 숲 속 참나무 종균목 어르면
며칠 지나 건조기에선 탐스런 표고버섯 새 단장하고
뽀오얀 화고 가득 담긴 비닐 다발 윗목을 가득 채워
가족 모두 희망으로 설렙니다
힘든 농삿일 지친 몸뚱이 달래며
밤마다 화롯불 떠다 놓고 가위 바늘 인두 재봉틀 다루길 몇 날 며칠......
누군가의 결혼식에 나갈 오색의 한복들이 태어나고
기분 좋게 등굣길 오를 막둥이의 세상 단 한 벌 새 옷도 활짝 웃습니다
전주에 유학하는 장남 월세방 학비 도시살이
덩그러니 회색의 낯선 사람 숲 헤치며 보험 팔아 내면
끼니도 여의치 않던 철없는 사 남매 겨울방학 그 단칸방에 모여
싱그런 귤 꿀 같은 라면 먹으며 즐거워합니다
먹을 것 입을 것 부족한 가난한 집
배 곯고 추워도 사랑 속삭여 어루만지면
모두다 좋은 자식들로 쑥쑥 자랍니다
이건 그 무엇보다 놀라운 일입니다
마술 같은 기적 만드는 엄마 손
우리 엄마 손은
만능 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