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여 Aug 01. 2024

해우소 동경(憧憬)

                                         一如


몇십 년 전만 해도 

해우소解憂所가 있었다.


오직 한 가지 일에 집중하며 

생각을 끊어 내고 고요에 젖으면

모든 근심이 스러져 가곤 했다.


점차 늘어가는 책과 신문에 

언젠가부터 해우소가 줄더니

밀물처럼 세상을 덮은 휴대폰에 

이제는 산사山寺에조차 해우소가 없다.


해우소가 사라진 건 내가 자초한 일

그리움 쌓는 데 집착할 게 아니라

차라리 나의 해우소를 세워야겠다.      



* 문명이 발달하지 않은 시절엔 먹고 살기 힘들어 몸과 마음이 모두 고됐다. 화장실에 있을 때만큼은 아무 것도 할 수 없으니 마음의 평화가 찾아오는 해우소라 불렀을 것이다.  점점 정보의 공간과 수단, 양이 증대되면서 해우소마저 근심의 공간으로 변해 왔다. 특히 휴대폰이 발달된 요즘은 화장실마저 생각을 내려 놓은 공간이 되지 못한다. 휴대폰을 보는 것이 쉬는 거라 항변하기도 하지만, 우리의 뇌는 끊임없이 작동하고 있다. 혹자는 큰 차원에서 컴퓨터의 구조가 뇌의 구조와 같다고 한다. 컴퓨터도 주기적으로 꺼 두었다가 다시 켜서 사용하는 것이 작동을 원활하게 한다. 우리의 뇌가 한시도 쉬지 않고 해우소인 화장실에서마저 작동을 멈추지 않는다면 사람들의 정신적 피폐화 현상은 갈수록 심각해질 것이다. 산사의 해우소에서조차 휴대폰을 들고 들어가 일하고, 게임하고, 뉴스 보다가 화를 끓이는 일을 의식적으로 줄여 나가면 좋겠다. 모두의 평화를 위하여......^^

작가의 이전글 엄마와 운동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