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과 대신증권이 자기자본 확충에 나섰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수익 다각화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리스크가 커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22년 12월 자회사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과 모회사 한국투자금융지주로부터 카카오뱅크 지분을 각각 23.2%, 4% 인수했다. 이를 통해 3조4000억원을 취득했다. 해당 거래를 통해 한국투자증권은 카카오뱅크 지분 27.2%를 보유한 2대주주가 됐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과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카카오뱅크 지분을 한국투자증권에 이전하는 과정에서 각각 2조2787억원, 3873억원의 매각 이익이 발생했다. 두 회사는 이익의 대부분을 배당금과 유상증자 형태로 한국투자증권에 보탰다. 한국투자증권은 여기에 추가적으로 자체 보유 자금을 더해 카카오뱅크 지분을 인수했다.
이같은 대규모 주식 매매가 이뤄졌지만 한국투자금융그룹 계열사 합산 카카오뱅크 지분율은 27.2%로 동일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투자증권 자기자본은 별도 기준 2022년 9월 말 기준 6조2000억원에서 8조원으로 증가했다. 2023년 말 기준 한국투자증권 자기자본은 8조636억원에 달한다. 자기자본 8조원을 돌파한 증권사는 종합투자계좌(IMA, Investment Management Account) 사업자 신청 자격을 갖추게 된다.
IMA는 증권사가 원금을 보장하면서 고객 예탁금을 기업 대출, 회사채 등 다양한 부문에 투자해 이익을 추가하는 계좌다. 자기자본의 2배까지만 발행이 가능한 발행어음과 달리 발행한도에 제한이 없어 대규모 자금 조달에 용이하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IMA 사업자 신청 관련 "원론적으로 검토하는 단계"라며 말을 아꼈다.
증권사 중 자기자본을 최초로 10조원(2023년 기준 11조원)을 넘긴 미래에셋증권 역시 IMA 사업을 하고 있지 않다. 증권사의 IMA 사업을 은행권에서 영역 침범이라며 반발하고 있고 아직 금융당국에서 이와 관련 구체적인 업무 규정을 하고 있지 않아 몸을 사리고 있는 편이다.
대신증권은 2023년 10월 대신에프앤아이, 대신저축은행, 대신자산운용, 대신자산신탁, 대신프라이빗에쿼티 등 5개 자회사로부터 배당금 4801억원을 받은 후 그 중 4306억원을 다시 해당 자회사에 출자했다. 대신에프앤아이에는 4401억원을 배당금으로 받아 3906억원을 출자했다. 대신저축은행은 200억원, 대신자산운용 115억원, 대신자산신탁 51억원, 대신프라이빗에쿼티 34억원 등 배당받은 금액을 그대로 다시 출자했다.
대신에프앤아이에만 495억원의 현금 유입이 발생했고 나머지 4개사에는 배당금을 동일하게 출자해 자금 이동이 없었다. 해당 자본 거래로 별도 기준 대신증권 자기자본은 2023년 2월 말 기준 2조1702억원에서 2조6503억원으로 늘어났다.
이에 더해 대신증권은 지난 3월 21일 2300억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을 결정했다. 이는 2023년 12월 말 별도 기준 자기자본 2조8532억원의 8.0%에 해당하는 규모다. RCPS 발행 이후 대신증권 자기자본은 3조원을 넘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신청 자격을 갖추게 된다. 대신증권은 4월 금융당국에 종투사 신청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투사로 선정되면 기업 신용공여 한도가 자기자본의 100%에서 200%로 확대된다. 또한 헤지펀드에 자금 대출이나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라임브로커리지 서비스도 가능하다.
업계에서는 대신증권이 종투사 진입 이후 수익 기반 다각화는 예상되지만 자본적정성 개선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선주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상환우선주는 향후 현금 유출이 예정되어 있는 금융부채적 성격을 지니고 있어 발행일로부터 상환일까지 기간이 5년 미만일 경우 영업용순자본 차감항목으로 반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신증권의 경우 상환권과 조기상환권 행사기간이 5년 미만이라 영업용순자본으로 인정되지 않아 자본적정성 지표 개선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수석 애널리스트는 "현재 먼저 종투사에 진입한 9개사는 대신증권 대비 자본력이 큰 편이다. 상위 증권사들과 차별화되는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실질적으로 뚜렷한 사업 기반 개선 효과를 내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대신증권은 본사와 계열사 전반을 포함해 국내외 부동산금융 익스포져 규모가 경쟁사 대비 다소 큰 편으로 양적 위험 확대에 대해서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증권사 대형화를 위해 2007년 자본시장법을 제정했다. 이후 2011년 대형사 인센티브 부여를 통해 증권사 대형화를 유도했다. 외형적인 측면에서 자본시장법이 제정된 2007년에는 자기자본 3조원이 넘는 증권사가 전무했지만 2023년 9월 말 기준으로 9개사가 탄생하며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다.
단 이익률은 줄었다.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증권사에게 종투사 신청 자격을 부여하기 시작한 2011년 이전 10년간(2002~2011년) 연평균 증권사 순이익은 1조7000억원, 자기자본이익률(ROE)은 7.3%였다. 2012년~2022년 증권사 연평균 순이익은 3조3000억원, ROE는 5.8%로 순이익이 약 2배 증가한 반면 ROE는 하락했다. 이에 증권사 차원에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 본부장은 "자기자본 증가를 통해 사업영역이 확대되는 것은 양날의 검이다. 종합금융투자나 초대형 투자은행(IB)이나 IMA 사업자 자격을 획득하면 영업 규모가 크게 증가할 수 있다. 이는 규모의 경제 진전과 수익원 및 자금 조달 구조 다각화 측면에서 좋은 일이다. 그러나 영업 확대는 또다른 관점에서는 위험투자와 차입금 증가를 의미한다. 현금 유입이 없는 실질적인 자본 확충이 크지 않은 상태에서 위험투자와 차입금이 대폭 증가하면 종합적인 재무 안정성은 오히려 저하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