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는 미국의 이더리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로 이더리움이 증권이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했다는 데 의의를 뒀다. 단, 이더리움 외 알트코인 현물 ETF 출시에 대해선 회의적으로 내다봤다.
23일(현지시각)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8개 이더리움 현물 ETF 출시를 승인했다. 증권가에서는 비트코인 현물 ETF가 출시된 논리대로 이더리움 선물, 이더리움 선물 ETF가 이미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더리움 현물 ETF 거절할 근거가 부족했기 때문에 승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정치적 사유도 크게 작용했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가상자산 친화적인 모습으로 변신하며 민주당 측도 가상자산에 지나치게 강경한 입장을 보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특히 이번 주 디지털 자산에 대한 포괄적인 내용을 담은 ‘FIT21’ 법안이 SEC와 백악관의 반발에도 하원을 통과하는 등 완강하던 민주당의 입장도 변화하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말했다.
올해 1월 10일 승인되고 다음 날인 11일 바로 거래가 시작된 비트코인 ETF와 달리 이더리움 현물 ETF 거래는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 미국에서 ETF를 출시하려면 SEC로부터 심사 요청서(19b-4)와 증권 신고서(S-1)를 모두 승인받아야 하는데 아직 S-1 서류는 승인되지 않았고 SEC와 이더리움 현물 ETF 발행사 간의 S-1 관련 논의는 이제 시작됐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더리움 현물 ETF 출시를 통해 이더리움이 증권이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봤다. 홍 애널리스트는 "이더리움 현물 ETF를 승인함으로써 이더리움(ETH) 자체가 증권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단, 이더리움 현물 ETF를 신청한 운용사들로 하여금 ETF가 보유한 이더리움을 스테이킹하지 않는 구조로 변경하라는 피드백을 한 것을 보면 이더리움 스테이킹 서비스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증권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임민호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더리움 현물 ETF는 모두 상품 기반 신탁 규정에 의해 신청됐기 때문에 SEC는 적어도 '스테이킹되지 않은 이더리움'은 상품으로 간주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다만 SEC가 이더리움과 스테이킹된 이더리움의 법적 성격을 다르게 분류할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주 초 SEC 내부에서 이더리움 현물 ETF 상장 쪽으로 결론을 지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이더리움 선물이 4000달러를 돌파하는 등 이미 기대감이 반영됐다. 이후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이 나타났으나 발표 전일 다시 이더리움이 3950달러까지 급등하는 등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에 대한 기대감은 지속됐다. 가상자산 관련 기대감이 반영되며 가상자산 관련 기업 주가와 ETF 역시 반등했다.
박윤철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연 초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이후에는 높은 가격 변동성이 나타났지만 결국 ETF로 꾸준히 자금이 유입되며 비트코인이 신고가를 돌파하고 가상화폐 전반이 호조를 보이는 경험을 한 기억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은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소재가 될 수 있겠다. 단, 물가와 경기 간 논쟁이 지속될수록 유동성에 민감한 가상화폐의 변동성에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 애널리스트는 "비트코인 현물 ETF와 이더리움 현물 ETF가 둘다 거래되고 있는 캐나다와 홍콩의 사례처럼, 미국 이더리움 현물 ETF도 시가총액에 비례하는 수준으로 자금 유입이 된다면 이더리움 가격에 미치는 영향도 클 수 있다. 다만, 이더리움 현물 ETF가 언젠가는 승인될 것이라는 기대가 시장에 존재했기 때문에 이더리움 가격에 수급 효과가 일정 부분 반영되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더리움 외 다른 알트코인 현물 ETF 출시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다. 임민호 애널리스트는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규제를 받는 파생상품 거래소(DCM)에 선물 계약이 거래되는 가상자산은 비트코인, 이더리움, 비트코인 캐시, 라이트코인, 도지코인이 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제외하면 SEC가 요구하는 현물-선물시장 간 기준을 충족하기 어렵고 시장 규모, 유동성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해 현 체계에서 알트코인의 현물 ETF 승인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된다. 또한 SEC가 증권으로 규정한 가상자산에 대한 법적 불확실성도 해소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