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의원의 코인 사태로 정치계 뿐만이 아니라 가상자산 업계도 뒤숭숭하다. 정치인 중에 거액의 가상자산 거래를 통해 자산을 불린 사례가 처음으로 대대적으로 공론화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준석 전 국민의히 대표 역시 코인 거래로 큰 돈을 만져봤다고 밝힌 바 있지만 구체적으로 얼마나 벌었는지 알려지진 않았다.
현직 의원이 가상자산 거래로 거액의 자산을 얻고도 본인에게 유리할 수 있는 법안 발의 등 이율배반적이라고 할 수 있는 행동을 했고, 가상자산 자금세탁방지를 담당하는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 수사기관에 이상거래를 보고하기까지 하니 여러 질타가 쏟아지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김남국 때리기'가 과열되다 보니 이전에 점점 '코인 때리기'로 변질되는 것으로 보인다.
오해의 소지가 있을까봐 미리 말하자면 절대로 거액의 가상자산 거래를 통해 자산을 증식한 김남국 의원을 옹호하기 위해 쓰는 글이 아니다. 불공정 거래와 무관한 김남국 의원이 거래한 것으로 알려진 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을 옹호하고자 쓰는 글이다. 현재 제기된 의혹 중 만약 김남국 의원이 특정 프로젝트에게서 사전 거래소 상장 정보를 얻고 특정 가상자산을 선취매했거나, 위메이드와 넷마블 등 게임 업체가 P2E 허용 입법을 위해 김 의원에게 자체 코인을 제공했다는 게 사실이라면 이는 명백한 위법이다.
하지만 그 외 메타콩즈코인, 클레이스왑, 클레이페이, 슈퍼워크, 깍두기 등 김 의원이 수십 차례 거래한 코인을 두고 모두 도박성 거래를 했다는 식의 까내리는 것은 비난의 초점이 빗나가도 한참 빗나간 것이다. 김 의원의 클립 지갑 주소를 살펴보면 그는 클레이스왑이라는 카카오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기반 탈중앙화 거래소에 제시된 여러 안건 투표에 굉장히 자주 참여헀다는 걸 알 수 있다. 클레이스왑 안건 투표를 위해 이체한 코인이 굉장히 많다. 단순한 코인 거래도 많이 했지만 코인 생태계 참여에도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클레이스왑에 클레이페이를 오르빗 브릿지에서 스왑한 oUSDT를 클레이스왑에 유동성 공급(LP) 차원에서 많이 예치했다. 업비트와 빗썸 같은 거래소 말고도 유니스왑, 클레이스왑같은 탈중앙화 거래소에도 유동성 공급은 필요하다. 어느 정도 유동성이 공급해야 코인 거래가 활성화되고 가격 방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동성 공급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주식 시장에서도 법적 자격을 갖춘 마켓메이커가 유동성 공급을 하는 것은 합법이다. 단, 코인 업계에는 유동성 공급 관련 법률이 없어 위법 여부를 가리기 어렵다.
거래소에서는 유동성 공급을 한 투자자들에게 대가로 에어드랍을 제공한다. 업비트와 빗썸에서도 투자자들에게 특정 코인을 에어드랍한다는 공지를 숱하게 찾아볼 수 있다. 에어드랍 자체도 잘못된 것이 아니다. 김 의원 역시 유동성 공급, 생태계 안건 투표에 자주 참여한만큼 에어드랍을 받은 것이다.
유동성 공급, 에어드랍. 모두 일반 코인 투자자라면 숱하게 하는 것이며 받는 것이다. 김 의원은 물론 현직 국회의원이기 때문에 특수성이 있어 일반 투자자와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위법이 아닌 코인 거래에도 일일이 법에서 허용되지 않은 불법 거래를 했다는 식의 뻥튀기 보도가 여러 차례 되는 것은 코인 업계 취재 기자로서 아쉬움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심지어 일부 블록체인 전문지에서도 비슷한 양상의 보도가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안타깝다. 업계의 입장을 어느 정도 대변해 대중에게 소개해야 하는 매체들이 너도 나도 오히려 코인 거래 트집 잡기 식으로 자극적인 보도에 동참하는 건 나로서는 이해가 안 간다.
김 의원이 본인의 페이스북에서 밝힌 대로 그는 코인 거래로 이득을 얻기도, 많이 잃기도 했다. 가상자산 전문 매체나 기자라면 다른 정치 진영 논리에 휩싸이기보다 온체인 데이터 거래만으로도 중립적으로 정확한 사실을 보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김 의원이 코인 거래에 있어 법을 어긴 부면은 차후 조사를 통해 더 정확히 밝혀질 것이다. 그보다 앞서 코인 매체들까지 앞서서 잘못 없는 코인에게까지 죄를 묻지는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