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유럽여행 - EP 2. 세렌디피티

'뚜르 드 프랑스'는 시작일 뿐이었네

by EDANxVario

세렌디피티 1. '뚜르 드 프랑스'


영국에서 파리로 넘어와 본격 여행을 즐기기 시작한 이틀째,

루브르 동쪽 입구 쪽에 수많은 인파들이 모여 있어 궁금한 마음에 그 속으로 들어가 봤다. 길게 늘어선 펜스를 따라 무언가를 기다리는 사람들. 뭔가 큰 행사인가 해서 옆에 있는 분들께 물으니, 세상에나! '뚜르 드 프랑스' 결승 경기를 한다는 것!


'뚜르 드 프랑스 (Tour de France)', 세계 자전거 덕후들에겐 직접 경기를 보는 것이 소원인 대회. 7/5일 시작하여 그 대미를 장식하는 21 Stage가 바로 오늘(7/27) 여기서 펼쳐진다니. 나도 모르게 정말이냐고 되물으며 외치니 그들도 상기된 표정으로 화답. 그렇게 들뜬 마음으로 기다리는데,


바로 정면에서 에어쇼 비행기들이 프랑스 국기의 삼색을 하늘에 그리며 세리머니 비행을 하는 게 아닌가. 머리 위로 순식간에 지나간 비행기들에 어안이 벙벙.


루브르를 지나 샹젤리제를 향해가는 길들이 모두 경기 트랙이 되어 있었고 길 따라 가득 찬 인파의 열광적인 응원 분위기에 흠뻑 빠져들었네.


갑자기 쏟아진 폭우에 하나밖에 없는 우산을 함께 쓰고 다니며 그 비를 뚫고 달리는 선수들을 우리도 함께 응원하며, 그날의 일정은 그렇게 '뚜르 드 프랑스' 경기로 바뀌었다.


루브르에서 샹젤리제 거리로 향하는 방면에 위치한 튈르리 정원 (Tuileries Garden)을 지나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나갈 길을 찾는데 경기로 사방이 막혀 있어 당혹스럽긴 했지만, 센강 쪽으로 향하며 대규모 선수 행렬을 보며 또다시 응원!


결국 샹젤리제로 가지 못하고 계획에 없는 길을 걷고 다리를 건너며 폭우로 홀딱 젖기는 했지만... 그러면 어떠랴, 우연히 이런 익사이팅한 경험을 하는 행운(serendipity)을 얻었으니 그걸로 오케이!



(아래 동영상은 응원 소리가 담겨있어 조금 시끄럽습니다..)

2025 뚜르 드 프랑스 2025 / 파이널 스테이지 / 샹젤리제 결승점을 향해 센강 옆을 달리는 선수들




세렌디피티 2. '노트르담 성당'의 파이프 오르간 연주


생각해 보면 그날의 세렌디피티는 루브르로 향하기 전의 노트르담 성당에서부터 시작이었던 것 같다.


노트르담 성당에서는 일주일에 두 번 파이프 오르간 연주를 하는데, 우리가 들어가서 반쯤 둘러보았을 때 마침 연주가 시작되었다.


곡 중반쯤 자리 잡고 앉아 차분히 들었는데, 정말 'holy'하다는 표현이 딱 맞는 선율과 웅장함. 클라이맥스로 다다를 때의 전율은 지금도 생생하다.

파리, 노트르담 성당


파리 노트르담 성당 내부 모습 - 방문했을 때는 날씨가 좋아 스테인드 글라스가 더욱 화려하게 보이네
노트르담 성당의 파이프 오르간과 연주 모습 (아래층에선 안보이기에 화면으로 보여준다. 옆에 서있는 분은 악보 넘겨주는 분)




세렌디피티 3. 스위스 건국 기념일 불꽃놀이


이번 유럽여행의 마지막 국가 스위스.

알프스 아이거(Eiger, 3,970m) 북벽이 정면에서 보이는 그린델발트(Grindelwald, 1,034m).

스위스 그린델발트 - 숙소에서 바라본 아이거 북벽


원래는 4박 일정이었는데 갑자기 일이 생겨 급히 귀국하게 되면서 1박 일정으로 변경. 그 아쉬운 날 밤. 여행의 마지막 저녁 식사를 하는데 갑자기 밖에서 엄청 큰 종소리가 들려왔다.


길에 나가 보니 전통 복장을 한 사람들이 거대한 종을 허리춤에 차고 길을 열고 있었으며 그 뒤로 횃불을 든 사람들의 긴 행렬이 보였다. "이건 또 뭐지?" 신기한 마음이 있었지만 관광지이니 으레 하는 행사인가 했다.

스위스 건국 기념일 퍼레이드 - 거대한 종을 허리에 차고 선두에 선 전통 복장의 사람들. 그 뒤로 수많은 사람들의 횃불 행렬.


숙소로 돌아와 웰컴 드링크를 받아 들고 호텔 정원으로 나갔다. 어둑해지는 시간에도 아이거 북벽의 웅장함은 여전했다.


벤치에 가족들과 나란히 앉아 이번 유럽여행을 회상하는데, 바로 정면에 거대한 불꽃놀이가 시작. 옆에 숙소 발코니 쪽에서 여러 아이들이 "우와~" 환호하고 우리도 그 거대하고 화려한 폭죽을 앉아서만 볼 수 없어 앞으로 나아가 바라보는데 그렇게 근 30분을 끊임없이 다양한 불꽃들이 하늘을 가득 수놓았다.

더불어, 저 깊은 알프스 산속 곳곳에서 불꽃들이 솟아올랐고 모닥불이 피어올랐다.


갑자기 짧아진 여행. 우리에게 주는 선물인가 싶어 다들 더욱 감동하며 여행의 마지막 날 저녁을 보냈다.

(호텔 바에 물어보니 오늘이 스위스 건국 기념일이라 전국 각지에서 퍼레이드, 모닥불을 피우고, 불꽃놀이를 한다고 한다. 오늘이 그런 날이란다. ㅎ)


스위스 알프스산속 그린델발트, 아이거 (Eiger, 3,970m) 북벽을 배경으로


여행의 마지막날 선물처럼 길고 화려하게 빛 났던 스위스 건국기념일 불꽃놀이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

여행, 숨 가쁜 일상에서도

멋지고 환상적인 우연한 행운, '세렌디피티'를 만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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