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 너의 슬픔

헤어지는 거...

by 정현숙

언제나 그렇다.

모든 이혼재판에서 아내와 남편은 늘 상대방 잘못으로 혼인이 파탄되었다고 목청을 높이고, 자녀에 대한 양육자로 반드시 자신이 지정되어야 한다고 외친다.

5살 딸 지연이의 엄마와 아빠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면 법원으로서는 유책성 판단을 위해 가사조사를, 양육자 지정 판단을 위해 양육환경조사를 실시한다.

지연이 엄마아빠는 가사조사는 당연히 받아들였으나 양육환경조사를 위해 지연이를 법원에 데리고 와야 한다는 말을 듣자 이구동성으로 절대 안 될 말이라며 펄쩍 뛰었다.


아이에게 절대 상처를 줄 수 없어요.


지연이는 아직 어리고 엄마아빠의 이혼에 대해 모르고 있으니 굳이 법원에 데리고 와서 이 사실을 알게 해서 상처 주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양육자 평가를 위해 필요한 한도에서만 지연이와 대화를 나누고 엄마아빠의 이혼에 대해서는 절대 언급되지 않을 것이라는 재판장의 확언을 몇 번이나 듣고서야 엄마아빠는 동의했다.



조사관은 면접교섭실에서 이런저런 장난감들을 가지고 지연이와 놀면서 조심스레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지연이는 조사관의 질문을 받자마자 질문과 전혀 상관없이 "우리 엄마아빠 이혼하는 거죠?" 라며 되물었다.

재판장으로부터 아이가 엄마아빠의 이혼에 관해 알지 못하므로 그 부분에 특별히 유의해서 조사하라는 언질을 받았던 조사관은 깜짝 놀라 지연이에게 물었다.


"지연아, 너 이혼이 뭔지 알고 묻는 거야?"


아이는 금세 시무룩해지며 눈이 그렁그렁해졌다.


"헤어지는 거..."


"엄마아빠는 지연이가 아직 모른다고 그러던데..."라며 조사관이 말끝을 흐리자, 오히려 지연이는 "우리 엄마아빠한테는 제가 알고 있다고 말하지 마세요. 제가 아는 거 모르니까요"라고 답한다.

"왜? 엄마아빠한테 왜 지민이가 알고 있는 걸 비밀로 해야 할까?"라는 조사관의 물음에 아이는 "엄마아빠가 슬퍼할 거 같아요..."라며 끝내 눈물을 흘렸다.


다섯 살 아이의 입에서 나온 이 슬픈 대답은 내내 내 마음을 뒤흔들었다.


부모들은 자신들이 아이들을 최선을 다해 지키고 보호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혼소송 사건 속의 수많은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을 초월하여 부모를 사랑하고 있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혼으로 힘든 엄마아빠를 지키고 보호하기 위해 슬픔을 참으며 견디고 있었다.


적지 않은 부부가 이혼소송 중임을 아이들에게 숨기고 싶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부부가 한집에서 살면서 서로 대화하지 않고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한집에 살지 않는 경우에는 돈을 벌러 멀리 갔다고만 하고 입을 꾹 다물어 버리고, 집을 나간 부모한테서는 일절 연락이 없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이미 스스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나이가 어린아이들도 마찬가지이다. 어린아이들일수록 자신의 둘러싼 분위기와 사람들의 상황과 기분에 대해 직관적으로 파악한다. 그래서 그 사실을 알게 되는 자녀들은 이를 부모에게 아는 척하면 안 된다는 이중의 괴로움을 감당해야 할 수도 있다.


그래서 부모인 부부는 잘 헤어져야 한다. 그 하나의 방편으로 아이들에게도 엄마아빠의 상황에 대해 그 연령대의 눈높이에 맞게 정확하게 잘 알려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린아이들일수록 막연한 두려움과 불안감에 휩싸이게 되고, 자신이 가장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의지해야 할 부모에게조차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게 되는 감정의 벽에 갇히게 된다.


어린 시절 겪은 심각한 감정의 고립은 어른이 되어 치유받기는 너무나 힘들고 어렵다.

그 상한 마음은 결국 다른 이와의 관계 단절로 이어지고 지극한 아픔으로 세습된다.


5살 아이에게 5살의 슬픔을 내뱉고 위로받을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엄마 아빠가 헤어지더라도 안전할 것이라는 신뢰감을 주어야 한다.

엄마와 아빠가 함께 지연이에게 이렇게 말해주면 좋겠다.


"지연아,
엄마와 아빠는 서로 너무너무 사랑해서 우리 지연이를 낳았어.
지연이가 태어나서 엄마아빠는 정말 너무너무 기뻤어.
그런데 지연아,
엄마와 아빠가 함께 계속 살다 보니까 서로서로 많이 많이 싸우고 힘들었어.
그래서 이제 엄마와 아빠가 따로 살기로 하였어.
엄마아빠 딸 지연아,
아빠(엄마)가 이 집에서 나간다고 해서 슬퍼할 필요 없어.
엄마 아빠가 따로 살아도 엄마와 아빠는 여전히 지연이를 너무너무 사랑해.
지연이는 엄마(아빠)랑 살고 아빠(엄마)랑은 주말에 만날 거야. 또 지연이가 아빠(엄마)가 보고 싶을 때는 언제든 만날 수 있어.
지연아, 엄마아빠한테 하고 싶은 말 있어?"


이혼하는 부모가 아이에게 그 사실을 숨기려고 할수록 아이는 극단의 고립감을 느끼게 된다.

고립감은 인간에게 있어 가장 처절한 밑바닥의 감정이다.

어른들도 차마 감내하기 힘든 감정이다.

어린아이들에게 슬픔을 넘어선 고립감을 남겨선 안된다.

슬픔은 시간이 지나면 잊힌다. 아픔은 또 다른 사랑의 모습으로 치유될 수 있다.

그러나 극단의 고립감으로 인한 상흔은 시간이 약이 아니며 치유되기 위하여는 얼마나 많은 애정과 에너지를 쏟아야 할지 알 수 없다. 어쩌면 끝까지 치유되지 않는 불치의 병이 될 수도 있다.


삶은 그러하다.

상처 주지 않으려 숨길수록, 그렇게 시간이 지날수록 상흔은 더욱 크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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