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분간 두들겨 맞은 이후의 시간들은 사실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학교가 파할 때까지 옷을 뒤집어쓰고 책상에 엎드려 있었고, 친구들이 수업 들어오시는 선생님들께 대충 아프다고 둘러대줬던 듯하다(그 와중에도 조퇴하지 않고 수업이 모두 마칠 때까지 학교에 있었다니, 참 희한하다. 그 시절엔 왜 그랬을까)
집으로 돌아왔다.
머리를 하도 많이 맞아 얼마나 아팠던지 정수리에 머리털이 붙어있는 게 신기할 지경이었다.
일주일간은 머리를 제대로 빗지도 못했었다. 머리를 빗으면 머리카락이 다 빠져버릴 것만 같았다.
부모님께 아무 말씀도 드리지 않았다.
일단 그 일을 복기하며 설명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고통스러웠고, 자식들 먹여 살리느라 그 하루도 힘들게 애썼을 그분들을 실망시키고 싶지도 않았으며, 나아가 얘기한들 힘없고 빽 없는 내 부모가 뭘 할 수 있을까 싶었다.
책상에 앉아 연습장을 펼치고 젤 위에 '반성문'이라고 썼다.
'수업시간에 선생님을 그렇게 째려본 건 참 잘못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선생님께 맞는 동안 제가 사람이 아닌 거 같았습니다'까지 쓰고 났더니 다시 눈물이 쏟아졌다.
부끄러움과 수치심이 온마음을 뒤덮었다.
역겹고 고통스러웠다.
내일 학교는 어떻게 가나?
친구들 얼굴은 어떻게 보지?
이렇게 인간 취급도 못 받으면서 살 필요가 있을까...?
살 필요가 있을까...?
그래... 살 필요가 없다...
그리곤 반성문 대신 유서를 쓰기 시작하였다.
종이 위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쓰다 보니 30장 정도가 되었다.
다 쓰고 났더니 12시가 훌쩍 지났다.
예쁜 꽃무늬 편지봉투에 유서를 곱게 접어 넣고 책상 서랍 안 눈에 잘 띄는 곳에 넣어두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부모님 얼굴이 보고 싶어 두 분이 주무시는 안방문을 살며시 열었다.
그런데 안방문을 열던 그 순간 벼락을 맞은 듯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