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줄줄 흘리며 안방문을 열었다.
엄마아빠 안녕...
이렇게 먼저 떠나게 되어 정말 미안해...
내가 없더라도 너무 오랫동안 슬퍼하진 마...
엄마아빠의 딸로 산 17년 정말 고마웠어...
그날의 고단함을 증명하듯 엄마아빠의 요란한 코골이가 귓등을 때렸다.
그러다 두 분이 몇 초의 단차를 두고는 숨 넘어가듯, 컥! 하더니, 잠시 후 천장이 무너질 듯 다시 코를 곤다.
그 순간 내 귀에 천둥소리가 울렸다.
왜? 내가 왜 죽어? 왜!!!!!
잘못한 사람은 따로 있는데!!!!!
내가 죽으면 아무 죄 없는 저 두 분은 얼마나 가슴을 치며 무너진 가슴을 부둥켜 안고 평생을 살아가게 될까.
교회에서 자살하면 천국 못 간다고 했는데...
살아야겠다.
살아서 복수해야겠다.
공부 못한다고 인간취급 못 받고 개 맞듯 처맞았으니
내 공부 잘해서 보란 듯이 네 코를 납작하게 눌러줄 테다.
다시 내 방으로 돌아와 책상 서랍 속 유서를 찢어버리고 반성문이 아닌 장문의 편지를 썼다. 나를 개취급했던 그자에게.
쓰다 보니 또 30장이다.
그날 이후부터 나는 고등학교 마지막 시험이 끝날 때까지 4시간 이상을 자지 않았다.
새벽 2시에 자고 새벽 6시에 일어나 공부했다.
성적이 기하급수적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마치 나 외에는 아무도 공부하지 않는 것 마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