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남정 May 02. 2022

 [북&무비] - 지구의 미래는 인간에게 달렸다

<월-E> vs『파피용』

      

인간에 의해 황폐해진 지구, 더 이상 인간이 살 수 없는 땅이 된 지구의 이야기는 이미 여러 소설과 영화로 다루어지곤 했다. 매체 속에서 인간들은 황폐해진 땅을 회복하려 하기는커녕 새로운 땅을 찾아 나서는 것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현실 역시 마찬가지다. 달나라를 정복하고 화성을 탐사하는 일들은 원초적인 인간의 호기심에 의한 발로였으나 궁극적인 목적은 결국 지구와 가장 유사한 행성을 찾는 것, 그리하여 인간이 생존할 수 있는 제2의 지구를 확보하는 것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상상을 현실로 그려내는 데 일가견이 있는 작가라고 생각한다. 그의 발칙한 상상들은 한편으론 흥미진진하고 또 한편으론 섬뜩하다. 아직은 일어나지 않은 먼 미래의 일이라는 점에서 흥미진진하고, 말 그대로 ‘공상’이었던 것들이 하나씩 현실이 되어왔다는 점에서 섬뜩하다. 그의 소설 『파피용』(2013/열린책들)은 황폐해진 지구를 떠나 지구와 가장 닮은 별을 향한 우주 탐사 모험담을 그린 작품이다. 문제는 그 별이 20조 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에 있으며, 특수 제작된 우주 범선을 타고 약 1,000년을 가야 이를 수 있는 곳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우주 범선, 즉 파피용호에는 새로운 지구에서 새로운 인간 원형을 형성하기 위해 선별된 14만 4천명의 인간들이 탑승했으며, 이들은 대를 이으며 천 년을 살아가야 한다. 말하자면 파피용호 안에는 ‘모범적인’ 인간들이 천 년이라는 역사를 이어갈 새로운 사회가 구성된다는 의미이다. 새로운 지구에 도착할 때까지 이 새로운 사회는 이상적인 사회로 유지될 수 있을까?    

  

영화 <월-E>(2008/월트 디즈니)는 쓰레기더미로 변해 더 이상 생물이 살아갈 수 없는 환경이 된 지구를 홀로 지키는 낡은 로봇 월-E의 이야기이다. 인간들은 황폐해진 지구를 버리고 우주 범선을 타고 긴 여행을 떠났다. 그동안 지구를 깨끗하게 청소해서 다시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정치적·상업적 계산으로 시작된 일이다. 그러나 너무 많은 쓰레기로 인해 여정이 길어졌고, 청소 로봇들은 하나 둘 방전되거나 수명이 다 되어 결국 실패한 프로젝트가 되고 말았다. 인간들은 모든 것이 ‘완벽하게’ 갖추어진 우주 범선에서 ‘완벽하게’ 프로그램된 대로 생활하면서 서서히 인간성이 말살 되어가지만, 그러한 상황조차도 인지하지 못하는 ‘멍청한 디지털 노예’가 되었다.      

이 두 작품은 지구의 운명을 말하는 것 같지만 결국 인간의 운명을 말하고 있다. 지구가 없으면 인간이 생존할 수 없다는 뻔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허황된 자만심은 제2의 지구를 건설하겠다는 헛된 꿈으로 이어진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 한다면 그 역시 자만일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이라도, 지구를 위해 무언가를 실천해야 할 때라고 말하고 싶다.      

 

 『파피용』은 “영원히 탈출을 계속할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으며 결말을 열어놓는다. <월-E>는 천방지축 청소 로봇 월-E의 활약으로 인간들이 다시 지구로 돌아오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두 작품 모두 지구의 운명은 인간들 스스로에게 달렸음을, 인간들의 자각만이 지구를 살릴 수 있음을 분명하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