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도 못하고 멍하니 있는데,
다혜가 물었다.
"아웃백은 뭐야?"
"아... 술 사 오면 내가 아웃백 쏜다 그랬거든.."
"왜애???"
"아... 그냥 내가 술을 못 사니까!!
그런 거야 그런 거. 내가 술을 못 사니까."
"그럼 너 매번 술 값 되게 비싸게 먹는구나?
너 친구가 아니라 호구 아니야?? 꺄하하!!"
평소 같으면 화가 잔뜩 날만한데,
이상하게 아무 말도 못 했다.
그냥 목이 타서 술과 콜라만 번갈아 마셨다.
무의식 중에 절대 취하면 안 된다고 알고 있었던 걸까, 온몸이 긴장돼서 취하진 않았지만,
취한 사모예드를 업다시피 해서 집 앞까지 데려다줘 야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나도 집에 와서 씻고 성재 놈에게 문자를 보냈다.
- 야, 맘 상했냐? 다혜한테 설명 잘했어. 미안.
- 야, 걔 뭐냐? 내가 봤을 땐, 남자친구 개구라임.
- 아냐, 걔 진짜 있다니까?
- 니 맘대로 믿든가 말든가 하는데,
내가 봤을 땐 여자로서 매력 1도 없음.
- 그건 니가 봤을 때고. 됐다.
- 아웃백 날짜나 정해서 알려줘라.
원래, 이 놈이 엄청 단순해서 말하다 보면 피식피식 웃게 만드는 놈인데, 오늘 왜 그렇게 예민했는지 물어보려다가 말았다.
뭔가, 물으면 안 될 것 같았다.
내가 그린 오늘은,
셋이 웃고 떠들면서
라면이 불든 말든 신나게 먹고,
진짜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로도
시간을 보내는 그런 날이어야 했다.
그런데 현실은—
나는 눈치만 보는 쭈구리가 돼 있었고,
그놈은 나보다 먼저 기분 상한 얼굴로 돌아갔다.
아... 내가 왜 이 새끼 눈치를 봤지...
다음날, 다혜에게 속 괜찮냐고 문자를 보내자 답문이 왔다.
- 어!! 어제 데려다줘서 땡큐!!
안 그래도 수정이가 해장라볶이 사줘서 먹고 있어! 내일 봐!
귀엽게 라볶이로 해장하다니...
나는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아웃백을 당장 가야겠다고 느꼈다.
내가 왜 눈치를 보는지 뭔가 정면으로 부딪혀야 할 것 같았다.
동네 가까운 아웃백에 가서 파스타랑 스테이크를 시켜놓자 성재 놈이 휘적휘적 들어왔다.
"얻어먹는 주제에 왤케 늦음? 내가 다 먹을 뻔."
"그래, 너라면 단숨에 가능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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