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보니,
유민과 나현은 주말에 사복 입고 몇 번 봤지만,
다혜는 처음이었다!
수정이도 본 적은 없지만,
내 관심은 오로지 다혜와 처음 주말에
사복을 입고! 만난 다는 것 하나에 쏠려있었다.
다만, 성재 놈이 문제였다.
꾸미면 더 지랄을 할 텐데.
아... 평소에 좀 잘하고 다닐걸...
그냥 적당히 단정하게 입고 나가자.
그런데, 적당히라는 단어를 실행하기엔
내 몸이 고장이 났는지,
드라이 때문에 머리를 몇 번이나 감고,
볼터치 때문에 세수를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르겠다.
결국, 시간이 없어서
머리도 얼굴도 평소와 다름없이 나가게 됐다.
다혜와 먼저 만나서
성재 놈과 술 마시던 초등학교
등나무 벤치로 가기로 했는데,
시간 없이 대충 나오면서도,
서둘러 나왔는지 내가 기다리게 됐다.
뭐가 이렇게 엉망진창이 돼가는지 모르겠다.
더운 건지 긴장한 건지 등에 땀이 흐르려던 찰나,
멀리서 다혜가 보였다.
밝은 색 통 넓은 청바지에
팀버랜드 부츠, 검은 박스티를 입은
스포츠머리 사모예드가 성큼성큼 다가왔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나 여기 있다고,
양손을 폭우 속 자동차 와이퍼처럼
정신없이 흔들어대서 ,
진짜 병신처럼 보였을 게 분명했다.
"많이 기다렸음?? 근데 너 얼굴 왜 빨게?"
"어 존나 오래 기다려서 더워서 그럼."
"나 시간 맞춰왔는데? 왜 빨리 나옴?
이 오빠가 그렇게 보고 싶었어? 히히"
"너 도로 집에 갈래?"
라고 했지만, 마음과는 정 반대였다.
마음은
가지 마 가지 마 가지 마!!!
아... 이런 게 표리부동인가.
이렇게 삶의 이치를 깨달아가는 것인가.
아... 이 새끼 때문에 정말 미쳐가는 것인가.
헛생각을 하고, 헛소리를 어느 정도 하자,
어느새 등나무 벤치 구석에 도착해 있었다.
"인사해. 얘는 내 친구 다혜.
다혜야 얘는 내 동창 이성재."
"어, 안녕."
"와! 너 얘기 많이 들었어! 반가워!
얘한테 그동안 너 소개시켜달라고 많이 얘기했는데, 한 번도 들은 척을 안 하더니, 드디어 만났네!!"
어, 그런 표정 쟤한테 짓지 마...
나한테만 지으라고.
"어? 그런데 너네 술집이 아니라, 맨날 여기서 먹는 거야?"
"응, 왜? 불편해, 다혜야?"
순간, 성재 놈의 눈빛을 봤다.
뭔가 못 볼 걸 봐버린 눈빛이었다.
그런데 나는 왜 죄짓는 기분이 드는 걸까.
"우리 원래 여기서 먹어. 맘에 안 들면 가든가."
"뭐래. 야, 내 친구한테?
야, 그리고 편의점 안주 쓸어오랬더니 이게 뭐냐?"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