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치지 않고도, 천국은 있었다. 下
희망편_ chapter 5. 도망치지 않고도, 천국은 있었다.
下
다음날 실장은
패왕별희가 돼서 출근했다.
얼굴은 강렬했고, 존재감은 압도적이었다.
학부모 면담이라더니,
좀 아니, 아주 많이 세게 화장을 했다.
세무사가 그녀의 얼굴을 보고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돌렸다.
잠시 후, 무심히 던지듯 말했다.
“... 혹시, 오늘 어디 행사 가?”
실장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무리 표정을 숨겨도,
귀까지는 화장을 못 했나 보다.
입술은 매트하게 발랐고,
눈썹은 칼같이 그려졌지만—
귀는 벌겋게 들켰다.
선배 둘은 어쩔 줄을 몰라했지만,
나는
"세무사님! 행사라뇨~ 농담도 지나치셔 ㅎㅎㅎ.
오늘 학부모 면담이시잖아요!"
하며 깔깔거리고 웃어댔다.
그러고는 실장이 화장실로 달려갔다.
잠시 후, 화장을 다 지우고 돌아왔다.
나름 복장에 맞춰 강하게 연출했던 것 같은데,
화장을 지우고 나니
얼굴과 옷의 균형이 완전히 어긋났다.
귀뚜라미가 무당벌레 옷을 입은 것 같았다.
애쓴 건 알겠는데,
뭔가 더 이상해졌다.
웃음이 났지만, 이번엔 참는 표정을 지어줬다.
오전 내내 실장은 부들부들 손을 떨며
키보드가 부서져라 선배들에게 톡을 보내는 것 같았고,
선배들은 난감한 얼굴로
키보드를 제대로 두드리지도 못했다.
‘오늘은 왜 이렇게 셋 다 안돼 보이냐...’
그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원효대사의 해골물이
진짜였구나 싶었다!! 유레카!
결국, 모든 건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
물론, 처음엔 정말 많이 힘들었다.
말 한마디라도 들어줄 사람이 그리웠고,
울고 싶을 만큼 억울했다.
하지만 내 탓을 하지 않고,
묵묵히 버텼더니—
이런 생각도 들 수 있게 된 거다.
직장인들이 카드값을 내기 위해
억지로 출근한다는 진리를 넘는,
나만의 깨달음이었다.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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