앓던 이가 쏘옥 빠진 기분이었다.
솔직히, 후련했다.
그 애가 나간 뒤로 사무실 공기가 좀 가벼워졌다.
우리는 그동안 열심히 했다.
그런데, 괜히 운 좋은 계집애 하나 들어왔다가
세무사님한테 실력 없다고 오해나 받고. 나참ㅡ
다들 속으론 좀 억울했을 거다.
그 애는 운이 좋았던 거고,
우리는 그냥 묵묵히,
제 할 일 하는 직장인일 뿐이었다.
다만, 고 계집애만큼 아부를 못 떨었던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내 실력이 있는데, 난 그럴 수 없다.
이 경력에, 이 정도 실력이면
어느 세무사 못지않지.
그래서 그런지 왜 나는 세무사 대우를 못 받는지
요즘 들어 억울해졌다.
안 그래도, 실장님이 나 정도면 세무사 붙는다고
어서 공부하라고 격려해 주셨지만,
그놈의 토익.
700점, 그게 안 나온다.
고등학교 때부터 영어랑은 담을 쌓고 살아서
지금은 단어 하나 외우는 것도 벅차다.
실장님도 토익의 벽을 못 넘으셨다는데,
나라고 별 수 있나.
그저 억울할 뿐이다.
그나저나, 새로 온 아이는 조용하다.
아부나 정치질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아무래도,
이번 신입 뽑을 때
실장님이 많이 개입하신 것 같다.
세무사님은 표정이 좋지 않은데,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내가 봤을 땐,
고 계집애보다 백 배, 천 배 나은데?
일하는 속도는 느리긴 하지만,
화장도 안 하고, 옷도 단정하니,
이런 사람이 진국이지.
우리처럼 말이야.
일에 신경 쓰다 보면
화장할 정신, 예쁜 옷 입을 정신이 어디 있어?
내가 이렇게 회사에 최선을 다해도,
연봉도 세무사보다 훨씬 낮은 데다,
열심히 한 것 알아주지도 않으니
힘만 빠진다.
연봉 더 높은 데로 알아볼까...?
그래!
이런 영세한 세무사사무실 말고,
회계법인 위주로 알아봐야겠다.
나를 몰라봐주는 이런 회사,
나중에 나 떠나고 후회나 하지 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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