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피 3부작] 희망편_ epilogue 2. 上

by 김대리


회사를 그만둬서인지,
사랑을 그만둬서인지,
살이 쪄버렸다!

뒹굴뒹굴 거리다가,
취업하려고 이력서를 쓰는데,
내 손가락이 멈췄다.

다시는 그런 곳에 가고 싶지 않다고,
내 몸이 거부하는 것 같았다.

그래, 뭐 간단히 알바나 하면서 쉬자 싶었다.

그때, 전화가 울렸다.
어??? 김대표님이다.

"안녕하세요! 대표님!! 잘 지내셨어요?"

"안녕하세요. 솔직히 잘 지내지 못해요.
그래서 전화했어요."

이건 또 무슨 일인가? 이유를 여쭈었더니,
쌓이신 게 많으신가 얘기를 막힘없이 하셨다.

내가 담당해서 일할 때는
대표님이 갑자기 바빠지시는 때라
감안하고 미리 자료요청을 했었다.

예를 들어,
이번 달엔 프리랜서 외주 안 주셨어요?
하고 말씀드리면,
깜빡할 뻔했다면서 관련 서류를 챙겨주셨다.

그런데 내가 그만두고 나서 조용했단다.

아무도 미리 챙겨주지도,
심지어 기간이 지나도 말을 해주지도 않아서
뒤늦게 서류를 주면
말도 못 걸 만큼 예민하게 반응했다고 한다.
이걸 이제 주면 어떡하냐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그 예민한 말투 딱 생각이 나서.

"대표님, 그 말투 막 엄청 조용하게 말하는데
대답도 한숨 쉬면서 하고 그러지 않아요?"
했더니 어떻게 알았냐고 하신다.

"그거 일부러 그러는 거예요.
그래야 고객사들이 질문 안 한다고.
여지를 주지 말아야 한다고 그랬었어요."

나 같아도 황당하지.
정당하게 돈을 지불하는데,
고객이 눈치를 보는 상황이라니.

당황한 김대표님이 잠시 말을 멈추시더니,
밥을 먹자고 제안을 하셨다.
얼굴도 보고 싶고,
그동안 잘해준 게 고마워서
안 그래도 밥 한 끼 사주려고 하셨다고.

나는 아무 때나 괜찮다고 했더니,
당일 바로 저녁에 보게 됐다.

처음 가보는 일식집이었다.
예약자 이름을 말하자 나를 어떤 방으로 안내했다.

김대표님은 예상했던 것과 같이,
인상도 너무 좋으시고,
생각보다 젊어 보이셨는데,
무엇보다 나를 너무 밝게 맞아주셨다.

배꼽인사를 정중히 드리자마자
먹고 싶은 것 다 말하라고 하셔서
나름 머리를 굴리다 말했다.
초밥이라고.
대표님이 웃음을 터뜨리시더니,
알아서 시켜도 되겠냐고 여쭈시길래,
알았다고 했다.

와 난 회는 수산시장에만 있는 줄 알았다.
회에 막 금가루도 뿌려져 있고,
튀김도 나오고, 게장도 나오고,
전복죽에 초밥은 맨 마지막에야 나왔다.

처음 회가 나왔을 때,
혹시 나보고 술 괜찮냐고 여쭈어보셔서
괜찮다고 했던 내가 진짜 멍청했다.

안주도 좋고, 사케라는 것도 맛이 좋아서
술을 술술 먹으니, 말이 술술 나왔다.

회사에서 어떻게 공부했는지,
따돌림은 어떻게 당했는지,
그 사이에 사랑은 어떻게 떠나보냈는지,
조잘조잘 쉴 새 없이 떠들어댔다.
그러고 정신없이 마무리하고
택시에 태워져서 집에 왔다...

그래, 여기까지는 백 번 양보한다 해도,
술 취해서 대표님께
얼마나 고마웠는지 아냐면서
뮤지컬 티켓 덕분에 찌질이랑 잘 헤어졌고,
초콜릿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넘어 사랑한다고
하트 날리고 난리난리... 하아...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