下
사케가 문제다.
아니다. 요 조동아리가 문제다.
아침이 지나기 전에,
어떻게든 먼저 연락드려야 한다.
"어제 잘 들어가셨죠?
실수를 너무 많이 한 것 같아서,
죄송해요..."
답문이 없다.
전화드리면 바쁠 텐데...
휴대폰만 바라보다가 저녁이 되고,
지치고 우울해질 때쯤,
대표님께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아하하하하하!!! 뭘 이런 걸로 다 죄송해?!
어제 너 귀여웠어!
아, 내가 말 놓기로 한 건 기억나지???"
귀까지 벌게졌다.
예전 그 패왕별희 실장처럼.
어쩔 줄 몰라하고 있을 때,
"너무 안에 쌓인 일이 많아 보이더라.
그런 건 쌓아두면 안 돼.
나쁜 일은 흘려보내야지,
속 안에 담아두면 병나.
다음 주 수요일이나 목요일쯤에 뭐 해?
바다나 가서 바람 좀 쐴까?
얘기도 좀 더 하구."
얼떨결에 네네... 하고 또 약속을 잡아버렸다.
약속의 날이 다가오고,
대표님께서 우리 동네로 오셔서 날 태우시고
서울과 가까운 제부도를 가게 됐다.
조개구이도 처음 먹어봤다.
세상 참 맛있는 게 많구나!!!
내가 좋아하니
대표님도 덩달아 좋아하시는 것 같았다.
술은 안 마셨다!
다 먹고 나서 해변 좀 걷자고 하시길래,
따라나섰다.
어둑어둑해지더니, 금방 해가 떨어졌고,
해변 끄트머리에는 누가 피웠는지
모닥불이 타고 있었다.
우리는 당연하다는 듯이
그 모닥불 앞에 가서 앉았다.
대표님께서 갑자기 심각하게 말을 꺼내셨다.
"내가 아주 많이 생각해 봤는데,
우리 회사에서 직원을 새로 채용하는 건
힘들지만, 난 네게 일을 맡겼으면 좋겠거든.
그래서 말인데,
혹시 다른 데 취업하기 전에
알바라도 할 생각이면,
프리랜서로 우리 회사 일,
네가 해줬던 거
그대로 해주면 어때?
일은 집에서 해도 되는데,
신고할 때나 가끔 사무실 와서 하면 돼ㅡ
공인인증서도 거기에 있으니."
이 말을 듣는데,
나도 모르게 눈가가 시큰해지더니,
이내 눈물을 쏟고 말았다.
조금 놀라신 듯하다가, 바로 웃으시면서
"그래. 뭔지 대충은 알겠어.
울고 싶을 때는 울어야 해. 그래야 속이 비워져.
속상한 것들은 눈물로 가끔 씻기거든.
네가 속상해하는 것들이
오늘 눈물로,
네가 맛있게 먹은 조개구이로,
노을이랑 이 모닥불로 다 씻겼으면 좋겠다."
모닥불에서는 작은 불씨들이 반딧불처럼 밤하늘로
날아오르고 있었다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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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에필로그는 누군가에게 바치는 헌사이면서,
동시에 나 자신을 위한 치유의 메시지도 담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