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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Go! 01화

Go! Ep.1

by 김대리

지루한 인문계 여자 사립 고등학교.
어느덧 2학년이 되었다.

다른 중학교를 나와서인지, 일면식도 없던 내 옆자리와 뒷자리 친구들과 처음 통성명을 하게 됐다.
조용하지만 웃을 땐 호탕한 유민이,
스포츠머리에 피부가 하얗고 키가 큰 다혜.
솔직히 처음엔 다혜가 남자인 줄 알았다.
아마도 얼굴보다는 머리스타일과 키,
신발 때문에 나 말고도 착각하는 반 애들이 많았다.

둘은 각자 친한 친구를 다른 반에 두고 있었는데,
어쩌다 보니 나도 그 친구들과 인사를 하고,
떡볶이를 같이 먹는 사이가 되었다.
그들의 이름은 나현이와 수정이었다.

유민과 나현이는 늘 붙어 다녔다.
나현이는 볼 때마다 체육복을 입고 있었고,
머리는 다혜보다는 길었지만 커트머리에 뿔테 안경을 썼다.
교복 차림은 오로지 등굣길에서만 볼 수 있었다.

그 영향인지, 다혜도 어느 순간부터
체육복만 입기 시작했다.

나는 평범했지만, 운동은 좀 하는 편이었다. 그래선지, 그들이 체육복만 입고 다니는 게 보기 싫었다.
분명, 잘해봐야 나만큼 할 텐데,
너무 유세를 떤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어느덧 첫 중간고사 시즌이 됐고, 체육시험은 역시나 5월 체육대회 종목관련해서 치러졌다.
그 종목은 배구였고,
실기는 토스 연속 50개, 리시브 연속 50개가 a+이었다.
며칠을 연습했고, 나는 무난히 a+을 받았으며, 자연스레 체육대회 반 대항 배구종목 주전선수가 돼있었다.

다혜의 실기시험 때는,
반 아이들의 모든 주목을 받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짧은 스포츠머리에 항상 입고 다니는 체육복.
액면가가 완벽했기 때문이다.
결과는,
그 뒤로 체육복을 즐겨 입지 않더라.

그런데 나현이는 체육복을 벗지 않았다.
그 반의 주전선수가 됐다기에,
우리 반에 놀러 오면 내가 "라이벌~ 함부로 여기 오는 거 아니야~"라며 뼈 있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그때마다 성격 좋은 나현이는 정말 아저씨처럼 '허허' 웃기만 할 뿐이었고, 그걸 본 유민이는 "오우 쉣!! 완전 아저씨!!!!!"라고 하며 배를 잡고 깔깔댔다

다혜의 단짝, 수정이는 낯을 많이 가렸지만
항상 조용히 와서 다혜를 데리고 나가곤 했다.

체육대회 시즌이 가까워지면서,
반들끼리 점점 예민해졌고
방과 후 운동장엔 텃세도 생겼다.

연습 중 부상자도 나오고,
이를 대체할 긴급 선수들이 새로 들어왔다.

처음엔 다혜도 그중 하나였다.
“그래! 시험이랑 실전은 다르니까!”
아이들은 모두 그렇게 생각한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 반은 종례가 늦게 끝나 운동장 자리도 못 차지 하고, 그제야 다른 반이 연습하는 모습을 보게 됐다.

그때 보았다.
나현이의 스파이크를.
우린 고작 토스와 리시브로 네트를 넘겼는데, 나현이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스파이크를 해대고 있었다.
뭐야??? 하고 나도 모르게 유민이를 쳐다보자, 유민인 또 깔깔대더니 이내 입을 뗀다.

"원래 쟤 운동 정말 잘해.
별명이 나식이야 나식이. 하하하하하"


나식이가 배구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입이 떡 벌어졌고, 그 모습이 심지어 빛이 났다.
솔직히 가슴이 두근 거릴락말락했다.

배구공이 땅을 찢을 듯 내리 꽂히는 소리에,
잠깐 운동장이 조용해졌다.
누군가 ‘와…’ 하고 숨을 흘렸다.
그런데 정작 나식이는 멋쩍은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어유, 저 순둥이.
내 심장은 조용히 가라앉았으나,
오히려 심장이 더 뛴 소녀가 있었으니,
우리 반 지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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