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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Go! 02화

Go! Ep.2

by 김대리

지희는 여리여리한 몸매와 다르게,
운동도 잘하고, 끈기도 있어서
나와 배구를 하며 친해진 친구였다.

이 날 이후로, 유민이보다는 같이 운동하면서 친해진 내게 와서 나식이 얘기를 자주 물었다.

지희는 사실 나와는 다른 중학교를 나왔지만,
그때 같은 학원을 다녀서 알고는 있었다.
그래서 더 좀 거리를 뒀다고 해야 하나... 그런 좀 데면데면한 사이였다. 인사하기 애매한...

게다가 그때 잠시 친했던 내 남자사람친구놈이 지희를 알지도 못하면서 허허실실 좋다고 고백한다길래, 내가 막았고, 이런 이유 때문에 나 스스로가 제 발 저린 것도 있었을 것이다.
그랬다.
지희는 남자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그것도 잘생긴 친구들에게 말이다.

그런 애가 나식이에게 관심이라니??
그렇게 친해지고 싶었나?
이런 생각에 나식이가 반에 놀러 올 때, 내가 지희를 불렀다.
지희는 그 특유의 눈웃음을 지으며 상냥하게 말을 걸었고, 나식이 또한 아저씨 웃음을 지으며 잘 받아줬다.

체육대회 연습이 막바지로 가면서부터 지희와 나식이는 더욱 친해졌고,
반면에 다혜는 대체선수가 아닌 응원석에 앉아서 박수를 쳐야 하는 신세가 됐는데, 나는 그 모습이 살짝 안쓰러웠다.
반 아이들은 다혜에게 건 기대와 무너짐의 연속 때문인지,
허세 가득한 아이로 여기게 됐고,
처음의 당당함이 사라진 다혜는
쉬는 시간마다 수정이와 나가있었다.
희한하게 나는 다혜에게 눈이 자꾸 갔다.

학기 초에는
아이들에게 인기도 많아서,
항상 다혜 자리에 아이들이 몰려왔는데,
이제는 수정이 손에 끌려 나가서 놀고 들어오는
모습이, 뭔가 꼬롬하니... 내 신경을 다 가져갔다.

그래서인지 더 장난을 많이 쳤다.
인대가 늘어나 반 깁스한 손가락에 나는 꾸린내를
맡아보라고 코에 강제로 갖다 댄다든가,
"야, 너 체육처럼 공부도 못하지?" 이러면서 대놓고 놀리기도 했다.

다혜는 싫지는 않은지 다 받아줬는데,
특유의 허세가 있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남자친구.
어디 소속사에 명함을 받아서 연습생이라
연락을 잘 못해도,
무슨 소년만화에 나오듯이,
탈출해서 밤에 잠깐 자기 보고 간다고 했다.

생각보다 맹한 면이 있던 나는,
"오 나중에 꼭 보여줘 대박!"
이러면서 맞장구를 쳐줬고,
이 반응이 마음에 들었는지 다혜는 수정이가 안 오는 시간엔 항상 나와 붙어있게 됐다.

체육대회가 끝난 뒤,
성적은 기대에 못 미쳤지만,
손가락에 붕대까지 감아가며 뛰었던 우리의 투혼은 누군가에겐 충분히 멋져 보였던 것 같았다.

아이들은 나와 지희를 중심으로
"진짜 멋있었다"며 호의를 보였고,
체육 시간이나 쉬는 시간마다
우릴 중심으로 반 분위기가 달라졌다.

그런 와중에도,
다혜는 여전히 어딘가 섞이지 못한 느낌이었다.

보다 못해, 수정이가 다혜를 데리러 왔을 때
내가 장난스럽게 말을 던졌다.

"야~ 너네끼리만 놀 거야?
또 너네만 재밌는 거 하려고?
뭐 할 건데? 우리도 좀 알려줘 봐!"

반 전체가 잠깐 조용해졌고,
곧이어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졌다.

수정이는 멋쩍은 표정으로 조용히 들어왔고,
다혜는 나를 슬쩍 쳐다보다
작게 미소 지었다.

그렇게 우리는 여섯이 되었다.

나, 유민, 나현, 다혜, 수정, 그리고 지희.
쉬는 시간마다 교실 한구석은
우리의 목소리로 복작복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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