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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Go! 03화

Go! Ep.3

by 김대리

점심시간엔 수정이는 항상 보이질 않아서
내가 다혜에게 묻자


"앗 병신! 수정이 방송반이라 점심시간 못 오는 거 이제 앎?? 목소리 들으면 딱 나오지 않냐?"
"헐... 어쩐지. 근데 모를 수도 있지 그걸 뭐라 하냐?"


"알았어. 이 오빠가 이해해 줄게.
귀엽게 삐져쪄용?? 까까 사줄까? 매점 갈래?
우쭈쭈~"
"뭐래 이 미치갱이가. 니 여자야. 오빠가 뭐냐?"


"언제 오빠가 거하게 쏠게. 맛있는 밥 사줄게?
귀여운 동생쨩?!"

아 미친... 비 맞은 강아지마냥 반에서 쭈구리처럼 있길래 기 좀 살려줬더니 그 특유의 허세가 난리를 쳤다.
그래도 맛있는 밥은 좀 기대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다혜가 차고 있는 목걸이나,
다혜가 수정이에게 선물한 물건들은
모두 고가였기 때문에,
자본주의에 눈이 먼 나는, 나도 다혜의 소중한 친구가 돼야지라고 맘먹고 있던 중이었다.

들리는 소문에는,
어머니가 굉장히 큰 사업을 하신다고 했는데,
어떤 이유에선지 아버지는 안 계신 데다가,
외동딸이라, 큰 집에 둘이서만 산다고 했다.

이렇게 매 점심시간마다 나는 다혜와 붙어있었다. 마치 수정이처럼.
그러다 보니 그런 허세도 귀여워 보였고,
남들이 대놓고 허세 부리는 걸 싫은 티를 내면
더 내가 감싸주고 싶어졌다.


그러던 어느 기분 좋은 금요일 하굣길,
집이 비슷한 방향인 지희와 내가 둘이 집에 가는데

지희가... 폭탄 발언을 했다.

"나 나현이가 좋아."
"응. 나도 나현이 좋아."


"아니, 그런 거 말고. 키스하고 싶어."



???????
동시에 내 눈이 커지며 지희 눈을 쳐다봤는데, 그 눈은 진심이었다.


"야, 너 내가 소문이라도 내면 어떡하려고 이런 말을 하냐?"
"상관없어. 사실이니까.
너한테 말을 하는 이유는,
나 좀 도와달라고. 유민이랑만 아직 붙어 다니잖아. 언제 우리 셋이서만 만나든가 하고 네가 빠져주면 되잖아."


그냥 멍했다.
솔직한 건지, 멍청한 건지, 쿨한 건지, 뭐가 뭔지 뒤죽박죽이었다.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고는,
뭐라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나현이 마음은 어떻게 할 건데?”
“그건… 내가 알아서 할게. 내가 눈치도 없는 줄 아냐?”


“나 아직 도와주겠다 어쩌겠다, 확답은 못 해주겠어.”
“알았어. 넌 유민이랑도 친하고 나현이랑도 친하니까. 잘 생각해서… 도와줬으면 좋겠어.”

그렇게 집에 돌아온 나는
침대에 멍하니 누운 채,
천장을 보며 한참을 뒤척였다.

잠이 오지 않아, 결국 유민에게 문자를 보냈다.

– 낼 뭐 하냐
– 집에 있을 거야. 왜
– 나랑 얘기 좀 하자
– 학교에서 하지 왜
– 아냐. 그런 얘기가 아냐
– 그럼 우리 집 와

유민에게서
나현이의 취향을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아주 얄팍한 심산이었다.

어떻게 말을 꺼낼지
버스 안에서 내내 머릿속을 굴리고 또 굴렸다.

초여름의 공기는 축축했고,
버스 창문엔 김이 맺혔다.
유민이네 집 앞에 도착했을 땐
등줄기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다행히 정류장에서 유민이 집까지는 멀지 않았다.
문 앞에서 숨을 고르고,
인터폰을 눌렀다.

“야, 뭔데. 왜 우리 집까지 와.”
“그게 아니고… 너 나현이랑 친하잖아.”


“그래서?”
“걔… 이상형이 어떻게 돼?”


“왜? 남자 소개시켜 주게? 걔 하는 짓 봐라. 남자한테 관심 없어.”
“뭐야, 하하하. 그럼 여자한테 관심 있냐? 하…하하...”

그 말을 하면서도,
나는 웃는 얼굴이 굳어가는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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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희의 마음은… 진심이었을까?


4편부터는 멤버십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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