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1 - 밥값을 하고 살아라
그 날도 평범한, 평화로운,
변함없는 하루겠거니 했더랬지요.
주인 아줌마의 발자국 소리가 묵직하게 울려오는 소리에
코끝과 귀끝과 꼬리를 동시에
반짝반짝 킁킁 휘릭휘릭 움직이며,
개는 당연하다는 듯 밥을 기다렸어요.
늘 그렇듯, 아줌마는 개의 등을 토닥여주고,
개는 아줌마의 다리에 몸을 부비면서
하루를 시작하겠지요.
그러나… 오늘 아줌마의 손은 등을 토닥거려주는 대신,
개의 목덜미를 붙잡고는 문을 향해
끌고 가는 것이었던 것이어요!
자, 이제 너는 집 안에서 놀기에는
너무 커버렸으니까,
오늘부터는 농장에 나가서 일하는 게 좋겠다.
밖에서 뛰어놀고 새로운 친구들도 생기고,
신나겠지?
문이 열리는 기세와 함께
아직 겨울의 찬 기운이 가시지 않은
바람이 훅 불어드는가 하더니,
개는 어느새 포근한 카펫트 위가 아닌
흙바닥에 앉아 있었어요.
부르르르~ 낯선 바람에 몸을 떨며
어리둥절 하고 있는 개의 눈에 고양이가 보였어요.
고양이는 그릇에 담긴 우유를 홀짝 거리고 있었지요.
바로, 식탁 위에서.
그러니까 다시 말하자면 ‘집 안’에 있는 식탁 위에서.
“고양이님, 어떻게 고양이님은 계속 집 안에 있어요?”
“훗, 아까 아줌마 말씀 못 들었니?
너는 너무 커서 나가야 하는 거고, 난 아니잖아?
난 아직도 작고 사랑스러우니까, 집 안에 있어도 괜찮아.”
“그… 그럼, 저는 이제 사랑스럽지 않은 건가요?”
“사랑이라는 건 말야, 둘이 하는 거지.
한 쪽이 변하면 사랑도 달라지겠지?
달라졌다고 사랑이 아닌 건 아니지만,
사랑하는 방법은 달라질 수 있는 거니까.
작은 강아지일 때처럼 아줌마 무릎 위에서
놀 수는 없게 되었잖아?“
“하지만 난 아직도 아줌마한테 안기는 게 좋은데…
이대로 있을 수는 없는 건가요?
”그러니까 내가 이렇게 목이 막히도록 미친듯이
털을 핥아가면서 몸단장을 하는 거야.
늘 변함없는 모습으로.
또 너무 변함없으면 지겨우니까
새로운 애교도 좀 배워야 하고.
이것도 쉽지 않아.”
“귀여움을 받는 게 그렇게
계속 노력해야 되는 건 줄 몰랐어요.
우리는 누구나 사랑받기 위해 태어나는 거 아닌가요?“
나른하게 우유를 홀짝거리던 고양이가
갑자기 개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습니다.
고양이의 에메랄드빛 눈동자는
화가 난 것 같기도 하고 비웃는 것 같기도 했어요.
"왜 사랑받는 게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해?
네가 아무 생각 없이 얻어 먹은 밥들이
정말 공짜라고 생각했니?
지금까지는 꽤나 귀여워서 아줌마를 기쁘게 해 준 걸로
나름 밥값을 치른 거야.
하지만 인간들에게 밥을 얻어먹는 한,
어떤 식으로 밥값을 계산하는가는 인간들 마음이지."
인간들이 보기에 더이상 애완동물로 삼을 만큼
귀엽지 않게 되면,
우리 동물들은 다른 방식으로
밥값을 할 수 밖에 없지.
일을 하거나, 고기가 되거나.
이도저도 안되면 추운 겨울 길바닥에서
얼어 죽는 동물들도 많다는 걸 알아둬.”
그리고 고양이는 매끈하게 다듬어진 몸을
날렵하게 돌려 어두운 부엌 구석으로 사라져버렸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