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2 - 타고난 재주가 없어서 (1)

by 아무개

농장은 하루 일과를 준비하느라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었어요.


수탉은 횃대에서 목청껏 소리를 지르고 있었고,

암탉들은 계란 생산량을 보고하느라 떠들어댔지요.

젖소는 우유가 곧 출하될 준비가 되었다며 울었고,

말은 안장과 고삐를 분주히 장착하고 있었습니다.

수레가 덜컹 덜컹 굴러가기 시작하고,

돼지들은 먹이통에 달려들었고,

오리들은 날개를 퍼덕였습니다.


그 와중에 개는 한 구석에 서서,

다른 동물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모두 너무 바빠서, 처음 보는 어린 개에게

한마디 인사를 건넬 시간조차 없어 보였어요.

얼떨떨하게 서 있는 개 앞으로 말이 바쁘게 지나쳐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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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안녕하세요, 저 오늘 처음 왔는데요…”

“푸르르르르르, 다음에 해. 지금 바빠. 급하게 처리할 일이 있다고.”

“아, 지금 일하고 계시는군요! 제가 뭐 도와드릴 건 없을까요? 저도 일을 해야 하거든요,”

“안 돼. 너는 이 수레를 끌기에는 너무 덩치가 작고 약해.”


그리고 말은 먼지를 휘날리며 개를 스쳐가 버렸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맞닥뜨린 차가운 거절에 개는 서글퍼졌어요.


집 안에서 살기에는 너무 큰데,
일을 하기에는 여전히 너무 작다니!


농장 안쪽으로 한걸음 한걸음 들어가다보니,

암탉들이 모여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암탉들은 모두 개보다 덩치가 작았어요.

그러니 아까 말에게 인사할 때보다는 용기가 났어요.


“안녕하세요. 저 오늘 여기 처음 왔는데요,

지금 하시는 일… 저도 같이 해도 될까요?”

“뭐? 개가 우리랑 같이 뭘 하겠다고?”

암탉들이 키득거리기 시작했어요.


“야, 우리가 뭘 하는지 알기나 하고 그러는 거냐?

너 달걀 낳을 줄 알아? 넌 우리랑 같이 일 못해.”

“그렇지만, 어떻게 하는 건지 가르쳐 주시면 열심히 배울게요!”

“깔깔깔! 그건 배워서 어떻게 하는 게 아니야.

날 때부터 타고나는 거라고!”


그리고 암탉들은 닭장으로 우루루 돌아가 버렸어요.

다시 한번 실망한 개는 터덜터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그 때, 어디선가 아주 익숙하고 맛있는 냄새가 풍겨왔어요.

'우유다!'

우유 냄새를 쫓아 간 곳은, 따뜻하고 다정한 눈빛을 한

푸근하게 생긴 젖소 아줌마의 외양간이었어요.


“음무우~ 여기는 웬 일로 찾아왔니, 개야?”

“아, 안녕하세요, 저를 아세요?”

“네가 여기 처음 왔을 때, 눈도 못 뜨는

조그마한 강아지 적부터 너를 알았지.

그 때 너는 내 젖을 먹고 컸단다.”


개는 마치 엄마를 만난 기분이었어요.

강아지 시절 이야기 때문만이 아니라,

이 농장에서 개에게 먼저 말을 걸어준 동물은

젖소 아줌마가 처음이었기 때문이었어요.

조금은 마음이 놓인 개는, 이 친절한 아줌마라면,

같이 일하게 해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릴 적에 우유를 주셔서 정말 너무 감사합니다.

이젠 제가 컸으니까요,

아.. 저기 그러니까 뭐 아주 크지는 않지만

꽤 크긴 하거든요,


어…… 그러니까 말 아저씨보다는

작지만 고양이님보다는 훨씬 커요…

얾… 그래서 이제 일을 해야 해요.

저…… 같이 일하게 해 주실 수 있으세요?”




젖소 아줌마는 변함없이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개를 가만히 내려다보고는 천천히 말했습니다.


“개야, 넌 우유를 만드는 일에는 맞지 않아.
우유를 만드는 건 젖소들만 할 수 있단다.

이제 처음 농장으로 나왔잖니?
너무 마음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네가 할 수 있는 일,
즐겁게 느낄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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