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1 - 밥값을 하고 살아라 (2)

by 아무개

혼자 남겨진 개는 가만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주 작은 강아지였을 때부터,

아줌마에게 얻어먹었던

수백 잔의 우유와 수백 그릇의 밥.


그리고는, 집 안에서 뛰어놀면서 깨뜨린 그릇과,

카펫 위에 싸버린 똥과,

하얀 거실 벽에 남겨놓은 발자국의 수를

곰곰히 꼽아보았어요.


“그래… 어쩌면 나는 정말 아줌마네 거실에서 살기에는

맞지 않은지도 몰라.“


개는 한숨을 내쉬며 하늘을 올려다 보았어요.

새가 지저귀고 있네요.


“안녕하세요, 새 님.

언제나 아름다운 노래를 할 수 있다니,

너무 멋있어요.

전 이제 일을 해야 한다는데…

도대체 뭘 해야 하는 건지, 벌써 걱정되요.

저도 새 님 처럼 하루 종일 노래하며

즐겁게 살 수 있으면 좋을텐데요.”


갑자기 새가 뚝! 지저귐을 멈추었어요.


“내가 지금 재미로 노래하는 줄 아냐?

지금 나는 근처에 있는 다른 녀석들이 탐내지 못하게

내 둥지를 지키는 중이란 말이야.

먹이를 구하고 내 알들을 지키려면 매순간이 투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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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죄송합니다...

그렇지만 노래소리가 너무 아름다워서,

그런 노래를 부르는 게 즐겁지 않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이봐, 개. 슬쩍 엿보는 걸로
쉽게 남의 삶을 판단하지 마.

아름답게 들린다고,
그 모든 과정이 아름다운 건 아니야.
자유롭게 살기 위해서는
어떤 자유는 포기해야 하는 것이고.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모든 동물은
제 밥을 구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발버둥치며 살아가는 거다.


다시금 깃털을 부풀리며

힘껏 노래하는 새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개는 농장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뭐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아줌마의 거실로 돌아갈 수는 없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그리고 개는 생각했어요. 거실 밖 세상은 좀 춥구나, 라고.


터덜터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지만,

농장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온갖 색다른 냄새들이 느껴지기 시작하자,

어느 새, 개는 호기심으로 가슴이 뛰기 시작했어요.


아줌마네 거실과 마당에서는 맡아본 적 없는

숲의 냄새, 연못의 습기,

그리고 처음 맡아보는 온갖 새로운 동물들의 냄새.


“와, 나 정말 새로운 동물 친구들을

많이 만날 수도 있겠구나!

참, 근데 일을 한다니, 일이라는 게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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