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2 - 타고난 재주가 없어서 (2)

by 아무개

개는 고개를 떨구고 텅 빈 농장을 터덜 터덜 걸어갔어요.

젖소 아줌마가 아무리 다정한 목소리로 말해주어도,

또 한 번 거절당했다는 기분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농장의 다른 모든 동물들은 각자 일을 하고 있는데,

혼자만이 아무런 할 일이 없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우울해졌어요.


“어이, 거기! 처음 온 녀석 같은데!”


갑자기 어디선가, 자신감에 가득찬 목소리가

개를 불러세웠습니다.

환한 햇살을 등지고, 횃대 위에 앉아 있는

수탉의 실루엣이 보였습니다.


머리 위에 붉은 볏을 달고

윤기나는 갈색 깃털을 자랑하는 수탉은,

한눈에 봐도 농장에서 제일 잘 나가는

동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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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네, 안녕하십니까. 저는 개이고요,

오늘 아침까지는 주인 아줌마의 집안에서

살고 있었는데요,

이제는 농장에서 일을 하려고 합니다.”


“아주 좋아!! 일하겠다는 의지, 아주 훌륭해.

동물이라면 모름지기 일을 해야지.

그래서, 어떤 일을 하고 싶나?”


“네, 저기… 그게, 저,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말 아저씨만큼 힘이 세지도 않고,

달걀을 낳거나 우유를 만드는 재능도 없어서요…

제가 일할 능력이 없는 건지 좀 걱정하고 있었어요.”


“걱정할 필요 없어. 그런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

내가 말보다 큰 것 같나?

내가 알 낳고 우유 짜서

지금 이 자리까지 올라온 것 같아?

천만에.


한 가지 재주를 갖고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더 잘 된 일인 것이야.

젖소를 보게. 우유를 만드는 재주가 너무 좋다 보니,

좁은 외양간에 묶여서 우유만 평생 만드는 거야.

하지만 날 봐!

내가 이렇게 높은 자리에 앉아서

다른 동물들을 관리하게 된 건,

내가 타고난 재주가 없는 덕분이지.


타고난 재주가 없다고 해서
아무런 능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네.
오히려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도전하고,
성장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뜻이야.


모든 동물들에겐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위대한 능력이 숨겨져 있지.

그저 먹고, 자고, 인간에게 귀여움 받는 것을 넘어서서,

우리가 바로 인간들의 생활을 떠받치고 있는

위대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 것,


그게 바로 이 농장의 일이고,

농장의 구성원들이 각자 그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 바로 이 수탉의 일이지!


말보다는 작고 고양이보다는 크다….

바로 그 어중간한 덩치에 딱 맞는 일을 찾아주지!“


개는 평생 이처럼 가슴이 벅차오르는 말을 들은 적이 없었습니다.

“네! 무엇이든지 시켜만 주세요! 수탉 님!!”


날카로운 부리 끝을 찡긋하며

무심한 듯 깃털 매무새를 가다듬고

잔뜩 가슴을 부풀린 수탉이 말했어요.


“물론. 하지만 쉽지 않을테니 각오해.

위대한 동물들도 모두 시작은 미약하였지.

나도 처음엔 바닥부터 시작했단 말이지.

나처럼 열정과 끈기가 있다면 말이야, 자네도 나처럼 될 수 있을 거야.”



“네! 할 수 있습니다!”


주인 아줌마의 따뜻한 거실을 떠난 뒤 처음으로,

개의 가슴은 꿈과 희망으로 가득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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