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4 - 개 같은 나날들

by 아무개

농장에서의 시간은 바쁘게 흘러갔습니다.

수탉 님의 우렁찬 기상 알람 소리에 눈을 뜨자마자,

마굿간, 양계장, 돼지우리, 외양간을

정신없이 돌아다니다 보면,

모이를 배달하는 것 외에도

이런 저런 요구사항들이 많았거든요.


개야, 모이만 주지 말고 물통도 제때 제때 채워줘!

개야, 저기 너무 햇살이 뜨거우니까 가려줘!

개야, 어제 남은 모이가 쉬기 전에 치워줘!


오, 세상에! 내가 할 일이 이렇게나 많다니!


개는 바쁘게 농장을 뛰어다니며

다른 동물들이 원하는 것을 찾아내어

갖다 주는 게 너무나 즐거웠어요.


사실 주인아줌마의 거실에는

늘 같은 물건들이 같은 자리에서

같은 냄새를 내고 있을 뿐이었거든요.


하지만 농장의 일은 모든 것이 새롭고 보람찼어요.

가장 신선한 모이를 골라줄 수 있는 건

오직 개코 밖에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 아저씨가 칭찬해 주기도 했고,

우리가 조금이라도 더러워지면

금새 눈치 채는 개 덕분에 더 신나게 뒹굴거릴 수 있다고

돼지들도 개를 예뻐해 주었어요.


어느날 저 양계장 깊은 곳에서

꼭꼭꼬오오… 하고 갸냘프게 부르는 다친 암탉의 목소리를

쫑긋 알아듣고 달려갔을 때는, 정말 뿌듯했습니다.


암탉들이 모두 날개를 퍼덕이며 환호해주면서,

생명의 은인이라고까지 해주었거든요!

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가요!


‘아줌마의 거실에서 이것저것 깨뜨렸던 건,

내가 나쁜 개라서가 아니었어!

나는 나에게 맞는 일을 찾기 위해 그토록 헤매었던 거야!


농장일이야말로 늘 새롭게 도전하고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
내가 원하던 바로 그런 개다운 삶이야!’

아줌마에게 달걀 바구니를 배달하러 주인집을 들렀던 날,

오래간만에 고양이와 마주치게 되었을 때는 은근히 반갑기도 했답니다.

“안녕하세요, 고양이님! 아직도 집안에 계시네요!

저는 일하고 있는 중인데요, 잘한다고 다들 엄청 칭찬해 주시더라구요!”


맞아요. 개는 고양이에게 우쭐대고 싶었어요.

지난 번에는 아무래도 고양이보다

덜 똑똑한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고양이가 모르는

농장 일에 대해서 자랑도 하고 싶었고요.


아, 실은 고양이에게도

칭찬을 받고 싶었다는 게 더 정확하겠네요.


하지만 고양이는 개가 원하는 반응을 보여주지 않았어요.

”응, 그래, 좋겠구나. 칭찬 받으니 신이 나니?“

“헤헤, 네! 저는 칭찬을 받는 게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

고양이 님도 칭찬 받는 거 좋아하잖아요?”


“내가? 아니, 나는 그냥 나 자신으로 있을 때 제일 좋아.

이렇게 햇살도 느끼고, 내 멋진 털도 다듬고.


누가 나를 칭찬하든 안하든, 난 내가 좋으니까.
누군가가 너를 칭찬해 줘야 행복하다면,
행복하기 위해서 늘 누군가에게 맞춰줘야 하잖아.
그런 건 개 같은 삶이라고.

왜인지 억울하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한 마음에

무슨 말이든 반박을 하고 싶었지만,

이번에도 고양이는 개의 말을 기다리지 않고

휭 하니 몸을 돌려 떠났습니다.


가슴 가득 부풀어 올랐던 자랑스러움이

푸슈슉 꺼져가는 기분을 느끼며,

개는 터덜터덜 농장으로 돌아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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