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탉과 함께 처음 도착한 곳은
묵묵히 안장을 얹고 수레에 몸을 묶을 준비를 하고 있는
말 아저씨의 마굿간이었어요.
무뚝뚝하니 묵묵부답인 말을 앞에 두고,
수탉은 혼자 묻고 답하고 웃다가 진지하다가
한바탕 인사를 늘어놓았어요.
"아이고, 우리 미스터 말!
오늘은 컨디션이 어떠신가?
여기 이 미스터 말이야말로
농장에서 가장 중요한 일을 하는 동물이시지.
그러니까 이 양반이 바로 주인 아저씨를 모시고
시장에 가서 물건을 팔고,
또 필요한 것들을 싣고 온단 말이야.
우리 미스터 말이 없으면,
우리는 아마 다들 굶어죽을 거라고!”
그 다음은 양계장이었어요.
수십 마리의 암탉들이 먹이를 쪼며
수다 떠는 소리로 가득하던 양계장은,
수탉이 매력적인 날개로 붉은 볏을 쓸어넘기자
단번에 조용해졌어요.
"여기 우리 레이디들은 그야말로
농장에서 가장 중요한 일을 하는 동물들이지.
사실 우리 농장에서 매일매일 팔 수 있고
먹을 수 있는 건 달걀 뿐이거든.
그러니 얼마나 소중하냔 말이야!
특히 주인집에서도 달걀이 몇 개인지 매일 체크하니까,
우리 소중한 레이디들이 배고프지 않도록
챙기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야. 알겠어?"
양계장 옆은 젖소 아줌마의 외양간이었습니다.
"아이고 안녕하신가, 여사님~
여기 우리 젖소 여사님은,
말 그대로 우리 농장에서 가장 큰 어른이시지.
일단 가장 크니까. 껄껄껄.
우리 여사님 식사를 잘 챙기고,
또 송아지들 먹이고 남는 우유가 있으면 잘 챙겨오라고!“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돼지우리였습니다.
"어이, 돼지 군! 잘 잤는가?
먹고 또 푹 자라고, 응?
여러분들이 편안하게 지내는 게 제일 중요하니까!
여기 우리 돼지 군들은 일단 먹는 것만 잘 챙겨주면 돼.
혹시나 낮잠을 자거나 하고 있으면 깨우지 않도록 조심하고.”
“네, 저… 돼지 씨들은 어떤 일을 하시는 건가요?”
“에… 우리 돼지 군들은 말야,
그저 존재 자체로 소중한 농장 식구들이라고나 할까.
굳이 말하자면 먹고 자는 게 일이지!”
설명을 다 듣고 횃대로 돌아오며,
개는 계속 궁금했던 질문을 했습니다.
“저, 수탉 님… 그럼 어떤 동물이 진짜로 제일 중요한가요?
모두가 다 가장 중요하다고 하셔서요.”
그러자 수탉은 어딘지 모를 허공을 향해 응시하며
깃털을 부풀리고는 조용히 말했어요.
“뭐, 다들 자기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해주면
기분 좋아하니까 그렇게 이야기해 주는 거지.
그런 게 바로 동기부여의 기술이라는 거지.
하지만 진짜로 중요한 건, 저기 주인집에 사는 인간들이야.
그리고 그 인간들이 보기에 내가 바쁘고 중요한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고.
뭔가 계속 부지런히 챙기고, 간섭하고, 화도 내고 말이야.
내가 없으면 농장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걸 알려줘야지.
자네도 말이야, 이 농장 안에서 자네의 역할이 얼마나 큰지,
그 존재감을 보여주는 기술을 배워야 해.
그게 제일 중요한 거지."
위엄있는 모습으로 당나귀와 함께 멀어져 가는 수탉을 바라보며,
개는 조금 어리둥절한 느낌이었어요.
오늘 하루 종일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우리’였는데,
결국 가장 중요한 단어는 ‘나’ 였던 건가?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