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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ofessor Sunny Oct 04. 2021

지난여름 휴가 in New York City

맨해튼 그리고 필라델피아

재작년 여름은 코비드가 너무 심해지고, 아직 나라에서도 대처 방법을 찾느라 우왕좌왕하는 시기였다. 그 해에는 여름휴가까지 생각해볼 여유가 없었다. 올해 여름은 갑자기 미국 내에서 백신 접종이 활성화되면서 비대면 수업이 대면으로 급하게 변경되는 바람에 수업 준비로 허덕이고 있었다. 그래서 여름휴가를 갈 짬을 못 내다가, 킨더가든에 다니는 아이가 자유의 여신상(맨해튼), 자유의 종(필라델피아), 마운트 러시 모어스(사우스 다코타)를 학교에서 배워 왔다며 직접 보고 싶다고 계속 노래를 불러대서 ‘그래 어디 한번 가볼까’하고 급하게 계획하게 됐다.


남편과 나는 사실 연애할 때 맨해튼을 많이 누비고 돌아다녔다. 우리는 맨해튼과 매우 인접한 뉴저지 주립대학에서 어학연수를 했고, 남편은 뉴욕 한복판에 있는 학교에서 대학원 과정을 마쳤다. 그래서 우리는 20대의 마지막을 맨해튼에서 연애하면서 보내는 호사를 누렸었다. 이름조차 예쁜 맨해튼은 재밌는 것도 많고, 먹을 것도 많고, 그래서 좋은 기억을 만들기에 참 적합한 장소이다.


그래서 우리는 1-2년에 한 번 꼴로 뉴욕으로 놀러 간다. 이번에는 아들에게 자유의 여신상과 자유의 종을 보여주러 갔었다. 3박 4일을 계획하고 짐을 다 싸 놨는데, 출발하는 날 미국 어느 지역에선가 태풍이 심하게 와서 여정이 취소되어 비행기표가 다음날로 바뀌었다. 그런데 항공사가 임의로 바꾼 이 비행기 여정은 우리가 예약한 논스톱도 아닌 원스탑에, 시카고에서 사우스 캐롤라이나(South Carolina)를 찍고 다시 뉴욕으로 올라가는, 거의 한국 가는 시간과 맞먹는 급의 여행을 선사했다. 


어찌어찌 도착했고, 불혹의 우리는 초췌한데도 아이는 너무 신이 났다. 나는 사실 아이가 본인이 보고 싶다고 한 것을 직접 보았을 때 얼마나 감흥이 있을지가 궁금했다. 아이는 내 생각보다 꽤 자랐는지, 실물로 자유의 여신상을 영접하자, “엄마 사진 찍어”를 연발하며 포즈를 취하고, 연신 좋아했다. 자유의 여신상이 왜 녹색으로 변했는지, 몇 년도에 프랑스에서 건너왔는지, 자기가 알고 있는 얘기들을 나에게 쉴 새 없이 해주면서 내내 떠들었다. 나오자마자 기념품 가게에서 자유의 여신상 미니어처를 꼭 사서 소장해야 한다고 안달복달했다. 그렇게 잘 꽁꽁 싸서 돌아왔음에도, 이 허술한 기념품은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유명을 달리했다.


다음날 우리는 뉴욕 펜 스테이션에서 Amtra (암트랙) 기차를 타고 필라델피아로 향했다. 이 암트랙 기차의 가격은 진짜 엄청 사악하다. 편도가 거의 ‘시카고에서 뉴욕’을 오가는 왕복 비행기 값과 맞먹었다.  1시간 여 정도 기차를 타고 도착해서, 기차역 바로 앞에 줄 서있는 택시를 타고, 자유의 종으로 출발했다. 이 자유의 종은 작은 실내 전시관(?) 안에 고이 모셔져 있다. 사람들은 그 앞에서 사진 찍기에 바쁘다. 이 필라델피아는 동네 자체가 깨끗하고 현대적이면서도, 미국의 고전적인 느낌이 그대로 잘 융화되어있다. 굉장히 매력 있는 도시이다.

필라델피아에 갔으면 필리스테이크 (Philly cheesesteak)를 먹어야지! 이 불고기스러운 고기 안에 치즈며 각종 채소들이 센 불에 볶아져서 빵 사이에 얹힌다. 기차 시간이 빠듯해서, 우리는 그냥 포장해서 뉴욕으로 돌아왔는데, 몇 시간이 지난 후에 다 식어버린 채로 먹었는데도 진짜 너무 맛있었다. 

(유명한 필리스테이크 하우스)


우리 부부는 골목골목을 구경하고 돌아다니는 여행을 좋아했는데, 이번에는 아이와 여행자 모드로 뉴욕과 필라델피아의 대표적 관광지를 찍으며 돌아다녔다. 사실 이 뉴욕과 필라델피아는 너무 유명한 관광지라 좀 식상할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식상함과 이미 알고 있는 이미지를 내 눈으로 직접 보았을 때는, 그 감동과 느낌은 이루 말할 수 없는 나만의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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