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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ofessor Sunny Dec 15. 2021

사라 브라이트만과 나들이

Sarah Brightman

시카고에서 일을 하는 나는 생각보다 시카고에서 놀 일이 없다. 시카고에서는 일만 하고 다시 35킬로미터정도 거리의 서버브 (Suburb) 동네의 집으로 돌아온다. 동네에는, 내가 직업의 사회적 가면을 쓰지 않고 내 나이대의  맞는 아줌마로 돌아가 친구로 만날 수 있는, 나의 아이와 비슷한 나이대의 아이들을 키우는 그녀들이 있다. 나는 그녀들의 남편들에게 공공의 적이 될 수 있음을 감안하고도, 최근 두 번이나 평일 저녁 시간에 이 동네 친구들에게 함께 놀자고 불러냈다. 지난번은 안드레아 보첼리, 이번에 사라 브라이트만.


나는 음악에 있어서는 어릴 때부터 편식이 없었다. 이런 성악, 오페라도 좋아하고, 국악 (특히 해금 연주), 팝송, CCM도 많이 들었었고, (1980 시대 사람만 알 수 있는) ‘뉴에이지’ 음악도 노래가 좋아서 들었다.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시카고점

아예 날을 잡은 우리는, 마음을 먹고 콘서트 시간보다 몇 시간 일찍 나들이를 떠나서 시카고 한복판에서 커피를 마시기로 했다. 그 유명하다는 시카고 스타벅스 리저브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4층으로 된 이 건물은 기본적인 빵도 팔고, 피자, 샌드위치, 샐러드까지 구비되어 있으며, 꼭대기 층에서 파는 커피 칵테일이 그렇게 압권이라고 한다.


이번여행의 일행이 지난번 이 곳에 들렀을때 마셨다던 칵테일 사진!


겨울이 긴 시카고는 춥긴 하지만, 계절 특성을 잘 살린 이 도시는 겨울에 특히 즐길 거리가 많다. 우선 Light show를 여기저기서 하는데, 길거리에만 봐도 이맘때쯤엔 나무들이 전부 LED 전구를 입고 있다. 시카고 대형 크리스마스 점등식도 빠질 수 없는 유명한 행사이다.


스타벅스 창가에 앉아서 내다본 시카고

다시 차로 이동해서, 사라 브라이트만을 만나러 간다. 루즈벨트 대학 안에 있는 Auditorium Theater에서 공연이 있었는데, 이 공연장은 아주 고전적인 느낌이 물씬 난다. 1889년에 지어져서, 이제껏 전구 하나까지 깔끔하게 관리가 되어있다.

Pic from https://www.auditoriumtheatre.org

구도가 너무 예스러워서 청중이 무대를 볼 수 있는 각도가 불편하다는 점, 중간중간에 기둥이 세워져 있어서 운이 좋지 않으면 공연 내내 기둥을 피해 머리를 조절해야 한다는 점이 단점이겠지만, 이 두 가지를 제외하고는 태어나서 본 공연장 중에 가장 럭셔리하고, 따듯한 느낌을 주며, 소통하는 공연을 하기에 규모가 딱 적당하는 생각이 들었다.



연주자인 사라는 세상 본 적 없는 목소리를 가졌는데, 나는 집중해서 잘 듣고 싶었던 나머지 자꾸 머리가 앞으로 기울었다. 60이 넘은 나이에도 상큼한 소녀 같은 모습을 간직하고, 걷거나 춤을 추는 와중에도 음 하나 떨리지 않고 음반/음원 보다 더 잘 부르는 프로의 모습은, 그녀 음악의 한 명의 소비자로서 무대를 지켜보는 나에게 더 없는 안정감과, 더불어 감동을 주었다.


온몸으로 내가 ‘진짜 가수다’의 아우라를 두 시간 내내 뿜어내고, 깔끔하게 앵콜로 두 곡을 부른 후 커튼이 닫혔다. 나는 진한 여운으로 다녀온 후에도 이틀이 넘도록 이 가수의 음악을 계속해서 들었고, 남편은 “아직도 아쉽니?”라고 물었다.


이렇게 또 의미와 기록할 거리가 새겨진, 시카고에서의 하루가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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