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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ofessor Sunny Oct 19. 2021

레이크 제네바- 위스컨신

Lake Geneva in Wisconsin

초가을이 되면 자연이 아름다운 미국에서는  할 수 있는 게 꽤 많다. 단풍놀이, 과일 따러 가기, 로드트립도 많이 떠나고, 또 캠핑도 있다. 이제 곧 할로윈도 다가오니, 그야말로 아이들 어른들 할 것 없이 모두에게 신나는 계절이다.   

지난 주말에는 시카고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위스컨신 레이크 제네바에 다녀왔다. 위스컨신은 실제로는 미국의 다른 많은 주와 마찬가지로 농업과 축산업이 가장 크게 자리 잡았지만, 그 이미지는 세련된 공업도시의 느낌이 있다. 밀워키나 매디슨 같이 굵직굵직하게 유명한 도시가 있어서 인 것 같기도 하고, 도로나 건물들이 전반적으로 낙후되지 않고, 깨끗하게 관리되어있다. 


위스컨신 레이크 제네바는 작은 도시지만, 볼거리 놀거리가 꽤 많다. 우리가 처음 들른 곳은 ‘사파리’다. 나와 남편은 그동안 동물이나 식물에 대한 관심이 크게 없었다. 그런 우리 부부가 아이를 키우게 되니, 아이를 위해 용기를 내서 들러본 곳이다. 이곳 사파리에서는 라마, 버팔로 물소, Yak,  Bison, 타조, 알파카, 당나귀, 기린, 얼룩말, 이런 거대 초식동물들을  볼 수 있는데, 사실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단위 손님보다,  동물을 좋아해서 먹이를 나눠주며 그 시간을 여유롭게 즐기러 온 어른들이 더 많았다. 본인의 차를 운전해서 사파리 안으로 진입한다. 천천히 주행하며 동물들에게 먹이를 나눠준다. 사람들에게 이미 잘 적응이 돼있는 이 동물들은 차 안으로 머리를 들이밀며 어서 먹을 것을 주라 아우성 한다.  


이런 동물들의 얼굴을 아주 근접한 거리에서 가만 들여다보니, 그 얼굴이 크기나 생김새가 사람과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였다. 타조는 예쁘지만 새침한 어떤 10대 후반의 여자처럼 보였고, 낙타의 먹는 모습을 가만 보고 있자니, 못되게 늙은 할아버지쯤으로 보이기도 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차 안에 앉아 동물과 교감해 보고자 시도하는 내 모습이 스스로 너무 웃겼다. 남편과 나는 그동안 친하게 지내지 않았던 동물들의 얼굴을 초근접으로 천천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게 되면서, 이 새로운 체험이  ‘그동안의 우리'로써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새로운 체험이라 한참을 껄껄 때고 웃었다.  


사파리, 별거 아닌 체험인데 생각한 거보다도 더 굉장히 느낌이 색다르다. 여기 사는 동물들이 더더욱이 일상에서는 보기 힘든 생명체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살면서 한번 해 볼만한, 특별하게 즐거운 체험이었음은 확실하다.  


호수로 넘어가기 위해 15분을 달려간다. 레이크 제네바는 작은 관광도시로 발전해왔다. 길거리에 주차를 하고 동전으로 주차비를 낸다. 차를 세우고 레이크로 걸어가는 중, 후각을 확 끌어당기는 커피하우스가 있어서, 몸이 바로 그리로 틀어졌다. 커피는 향기뿐 아니라, 맛도 좋았고, 인테리어도 좋았다. 천천히 둘러보니, 이 커피하우스는 장애인 친구들의 성인으로 가는 삶을 돕기 위해 바리스타로써 훈련을 시켜주고 일자리를 제공해주는 목적으로 설립된 곳이라고 했다. 


(photo from https://www.visitlakegeneva.com/listing/inspired-coffee/3038/



날이 저물 때쯤 도착한 레이크는 한산했다. 아이들은 10월 중순의 추운 날씨에도 괘념치 않고  물로 뛰어들어서 한참을 놀았다. 어른들은 비치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서 커피와 샌드위치를 먹으며 수다를 떨었다. 뒤로는 산, 앞으로는 호수, 자연이 자연으로 아름답게 보존되어온 완벽한 뷰의 중심에서 나는 좋은 사람들과 노을을 감상해보았다. 

(Photo from https://www.familyfuncanada.com/fall-is-for-lovers-in-lake-geneva-wiscons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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