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개 (dog)와의 인연이 꽤 있다고 생각해왔다. 엄마가 각색을 했을 수도 있고 내가 잘못 기억했을 수도 있는 나의 태몽은 ‘하얀 강아지’ 꿈이었다.
엄마 말에 예수님이 광채와 함께 하늘에서 내려와 엄마 품에 하얀 강아지를 안겨주었다고 했는데, 엄마는 워낙 동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지라 꿈에서도 거절을 했다고 했다. 그러자 예수님이 “그냥 너 해”하면서 반강제로 안겨주고 떠났다는데, 그게 내 태몽이라고 들었다. 또 다른 억지 인연을 만들자면, 나는 1982년 생 개띠이다.
평생 기억에 남을 강아지가 한 마리 있는데, 그야말로 똥개였다. 흰색 진돗개 잡종이었는데, 내가 아주 어리던 시절부터 마당이 있는 집 한구석에서 자라다가 내가 4학년 되는 해에 생명을 다했다. 그 개는 얼굴이 참 예쁘게도 생겼었다. 얼굴을 가만 들여다보면 모난 곳이 한 곳 없고, 좌우 대칭도 백점인 것이, 곱디고운 순한 아줌마 같았다. 초등학교 2학년 되던 해에 수해가 났는데, 우리 모두 할아버지 칠순잔치를 한다고 집을 떠나 있는 때여서 이 개를 미처 구조할 새가 없었다. 흰둥이는 정말 온 힘을 다해서 목줄을 끊어내고 물이 찰랑대는 지붕 위에 매달려 헬리콥터에 간신히 구조가 됐었다.
그러다 비바람이 엄청나게 몰아치던 한밤중에 우리 집에 오토바이 도둑이 들었고, 이 흰둥이는 사력을 다해 짖어댔다. 그 김에 아빠가 깨서 따라가 보았지만, 당연히 도둑을 잡지는 못했다. 참 똑똑하면서도 나설 때를 딱딱 판단해서 나서는, 침착한 성격을 가진 개였다. 어리던 나는 이 흰둥이에게 참 정을 많이 줬다. 그러던 이 개가 생명이 꺼진 날을 경험한 날 이후로 나는 아직까지도 함부로 생명에 정을 내놓지 않는다.
우연인지 모르겠는데, 어릴 적부터 삐쩍 마르고 피부가 유난 하얗던 나에게 남편은 연애시절 종종 “넌 하얀 강아지 같아” 라며 얘기하곤 했다. 연애 7년 결혼 8년 후 그의 감상은 ‘작은 강아진 줄 알았더니 엄청나게 드센 셰퍼드였다’며, ‘이게 바로 속은 결혼이다’라며 웃곤 하지만. 근데. 강아지가 크면 당연히 개가 되는 거지 뭐, 얌전한 고양이겠니?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