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에 영양학과에 근무하는 동료 한인 교수의 연구논문에 연구 방법론 부분을 같이 작업한 적이 있다. 내 전공분야가 아닌지라 그 논문의 콘텐츠에 대해 배우는 것이 꽤나 재미있던 경험이었다.
기존의 논문을 통해 알려진 바에 의하면, 미국 저소득층 어른은 과일/채소를 평균소득 혹은 고소득층 어른에 비해 훨씬 더 적게 먹는다고 했는데, 이 논문에서 우리는 도대체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자세히 들어보고자 질적 연구를 시행했었다.
여러 가지 이야기 중 기억이 남는 것들은, 우선 돈이 없을 때는 과일이나 채소는 단백질이나 탄수화물을 주는 음식들에 밀려 부수적인 음식이 된다는 것.-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
또 계속 이렇게 안 먹다 보니, 채소/과일의 식감이 익숙하지 않거나 거북하고, 또 어쩌다 먹게 되더라도 소화가 안 되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인간의 몸이 음식에 꽤나 유동적이지 않다고 생각이 든다. 나는 자폐아동의 교육에 대해 공부하는데, 실제로 자폐를 가지고 있는 대다수의 아이들이 음식 소화기관에 문제가 있거나 예민한 편이다. 그래서 음식을 조심해서, 잘 선별해서 먹이곤 한다.
어른이 되고 나면 , 채소/과일을 챙겨 먹는다는 것이 얼마나 손이 많이 가고 귀찮은 일이었는지를 깨닫게 되는 순간이 있다. 엄마가 손질해서, 요리를 해서, 예쁘게 잘라서 줄 때는 그것이 얼마나 수고스러운 과정이었는지를 모르다가, 내가 어른이 돼서 식료품점에 가서 질 좋은 채소/과일을 심사숙고로 골라서, 씻어서, 잘라서 상까지 나가기까지 내 손에 얼마나 많은 물을 묻혀야 하는지를 경험해보면 과일/채소는 결코 부수적인 음식이 아니라, 정성이 가득 담긴 한 접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