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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ofessor Sunny Jan 01. 2022

음식은 중요하니까

Food Craving

꽤 어릴 적에 가족 모두 무궁화호를 타고 원주에 있는 큰 이모네에 들른 적이 있는데, 그때는 기차역 승강장 안에도 국숫집이 그렇게 많았다. 아빠는 면 (noodle)을 참 좋아하는 사람인데, 그 국숫집의 멸치 국물 냄새가 아빠를 끌어들였는지, 기차 도착 시간이 2분여 남았음에도 그 국숫집 좌판에 앉더니 국수 한 그릇을 주문했다. 면이 30초면 끓을 것 같은 가짜 느낌의 가락국수였는데, 다 만들어진 그 국수 한 그릇이 우리 앞으로 나올 때 멀리서 기차가 소리를 내며 들어오기 시작했다. 


국수를 안 좋아하는 엄마는 옆에서 ‘그러게 시간도 없는데 국수를 왜 시키냐’며 발을 동동 굴렀고, 언니랑 나는 아빠 옆에 왼쪽 오른쪽으로 붙어 앉아서 아빠의 “빨리 먹어” 소리를 응원 삼아 국수 가락을 입에 넣었다. 결국 우리 셋은 그 한 그릇의 면을 1-2분도 안 걸려 다 먹고 기차가 문을 닫기 직전에 탔던 기억이 있다. 얼마나 열심히 욱여넣었는지, 온 티셔츠에 멸치국물이 튄지도 모르고, 돌아오는 내내 멸치 쩔은 냄새에 나 스스로가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이런 식으로 국수를 자연스럽게 접한 우리 세 자매는 모두 면을 좋아한다. 식성이라는 건 정말 개인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특별히 가리는 것 없이 잘 먹는 사람도, 특히 좋아하는 음식이 한둘은 있다. 특정 음식을 찾는 모습을 미국에서는 Food craving (갈망) 아니면 craving for food라고 말하거나, 그 특정 음식을 일컬어 craving food라고 말하는데, 이런 현상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임신을 했다거나 (늦은 밤에 뜬금없이 ‘딸기가 먹고 싶어! ‘ 하는 식의..), 호르몬의 균형이 깨져서 특정 영양소가 막 당긴다거나 하는 식이라서, selective hunger (선택적 배고픔)라고도 부른다. 나는 이 선택적 배고픔이 늘 면 (noodle)에 있었다. 기운이 없을 때, 임신했을 때도, 나는 짬뽕이나 칼국수가 늘 생각났다. 이러한 이유에는, 아마도 그런 류의 음식들이 미국에서 쉽게 접할 수 없다는, 채워질 수 없는 부재 (deprivation)의 느낌과 결합해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동생이 출산을 할 때가 다가와서 출산 휴가를 시작하고 집에만 있게 되자, 계속해서 보내오는 문자가 “이거 먹고 싶다” “저거 먹고 싶다” “나 이거 먹었다” 하는 식의, 음식과 관련된 내용이다. 나와 동생은 식성이 거의 비슷한지라, 동생이 먹고 싶다고 하면 나도 파블로프의 개처럼, 그 음식이 바로 먹고 싶다. 나는 대식가도 미식가도 아닌데, 음식 이야기를 하는 것이 세상 재밌고 삶의 활기를 돋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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